◎말연/미주도 경제블록화 반대 “탈퇴 고려”/중국/“대만·홍콩 국가자격 참여 거부” 고수 「신태평양공동체」창설을 꿈꾸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확대발전구상이 일부 국가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APEC구상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는 최근 내달19∼20일 양일간 시애틀에서 열리는 비공식APEC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더욱 분명히 표명하고 있어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마하티르는 최근 한 호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담 불참뿐 아니라 『APEC이 하나의 경제블록화 한다면 APEC을 탈퇴하는 문제도 고려하겠다』고까지 말해 APEC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마하티르는 이 인터뷰에서 『APEC의 발전방향과 속도에 어떤 변화나 조정이 생긴다면 시애틀회담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배수진을 치긴 했으나 정치분석가들은 특별한 상황변동이 없는 한 마하티르의 불참은 거의 확실한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APEC이 경제블록으로 급속하게 발전하는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아시아는 다시 미국의 경제지배체제하에 편입되는 결과만 가져오게 될것이란 우려에서다. 마하티르는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구상, 즉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국 일본 중국등 동아시아국가끼리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제의해 놓고 있다.
아세안은 2년전 정상회담을 통해 EAEC추진에 합의하고 한국 일본등 관계국들이 찬성을 표시한 가운데 미국이 갑자기 APEC확대구상을 들고 나오자 말레이시아로서는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EAEC안은 미국 캐나다등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어 EAEC와 APEC의 경제공동체발전안은 사실상 서로 배치되는 입장이다. 아세안은 EAEC를 APEC테두리내의 협의기구로 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말레이시아는 요지부동이다.
APEC확대방안에 또다른 걸림돌은 중국이다. 중국은 APEC구상에는 찬성하지만 회원국인 대만과 홍콩이 「국가」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회담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시애틀회담을 국가정상간의 회담이 아닌 「경제지도자회담」으로 지칭한다는 절충안에 미국과 중국이 합의, 강택민주석의 참가가 확실시된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과 홍콩에 국가최고지도자가 아닌 고위경제관료의 참가만을 허용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어 대만과 홍콩이 이를 받아들일지의 여부와 함께 장기적으로 「국가지위」문제가 난제로 남아있어 APEC에 대한 중국입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시애틀회담 참여를 확인한 국가는 15개 APEC회원국중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호주 중국등 7개국이지만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참여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불참은 단순히 한 국가의 이탈 내지는 오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불참은 아세안의 결속을 흐트려 놓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아세안회원국들도 말레이시아의 입장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인도네시아나 태국도 말레이시아입장에 동조, 불참을 전격 선언하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따라 APEC확대안을 위해 발벗고 뛰고있는 호주의 키팅총리는 급히 인도네시아를 방문, 27일 수하르토총리와 APEC현안에 관해 논의했다. 마하티르가 어떤 태도변화를 보이게 될지가 주목된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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