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조경한옹 등 제기/12월 동경서 3차공판/고종친서 등 발견 활기/일선 “소송조건 결여”… 요구 전면 부정 을사륵약과 이에 근거한 조약의 무효확인과 일제침략에 따른 손해배상, 원상회복을 둘러싸고 한일간의 법정공방이 일본 동경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때 맞춰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입증하는 고종의 친서와 위임장이 발견되고 이를 분석해 을사늑약의 무효성과 불법성을 입증한 논문이 발표된 상황이어서, 92년8월 시작된 이 소송(불법행위 책임존재 확인등 청구소송)은 한일 법조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륵약은 체결이 강요된 조약을 말한다.
또 2차 공판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피고인 일본이 우리측 요구를 전면 부정하고 있어 새로 발견된 문서와 논문이 재판에 미칠 영향과 재판의 추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정공방은 일단 일본의 지정대리인과 법률·역사학자등으로 구성된 한국측「대일민간법률구조회」(대표 지익표) 사이에서「답변서」를 통해 펼쳐지고 있다.
양 측은 원고의 청구가 법률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혹은 소송의 대상이 성립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법 해석에서 대립하고 있다.
일본의 변호인 와타나베(도변화의)와 데라우치(사내신웅)는 7월20일의 재판에서 임시정부 국무위원이었던 원고 조경한옹(93년1월 사망)등 한국인 3백69명이 낸 소의 청구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동경지방재판소 민사제6부에 일본을 대신해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고의 모든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원고의 청구가 ▲「확인의 이익」(승소를 통해 원고가 얻게 될 이익)이 결여돼 부적법하고 ▲소송의 대상이 구체적, 개별적인 권리관계일 것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지위의 불안이 현실적, 구체적일 것 등의 소송조건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원고가 요구하는 원상회복, 손해배상 및 공식사죄의 의무가 모두 추상적이거나 불특정한 내용으로 ▲피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원상회복을 해야 하는지 ▲피고가 누구에 대하여 얼마의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의 사죄를 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대일민간법률구조회」는 9월13일 열린 2차공판에서 일본측의 논리를 명쾌하게 통박했다.
구조회 명의로 법원에 제출된 「준비서면」은 『확인을 요구하는 법률관계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피고의 답변은 원고의 청구를 잘못 해석한 탓』이라고 전제하고 『청구취지 제2의 3,4,5와 청구원인에서 일본의 불법지배와 불법행위에 의한 한민족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구조회측은 이 자료에서 일본의 침략행위와 식민지배를 사과한다는 호소카와(세천호희) 일본 총리의 8월 국회발언이 법률적으로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인지 석명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구조회측이 12월13일 3차공판에 제출할 답변서는 확인의 이익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의무의 존재를 부인하면 그 자체로써 법적 불안이 존재하게 돼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것이지, 피고가 부인함으로 인해 원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불안에 싸여 있는지, 현실적으로 무슨 위험에 빠져 있는지까지 밝혀야 하는것은 아니다』라고 못박고 있다.
92년4월 일본의 과거 침략과 불법지배에 대한 법적 구제를 위해 변호사 4백여명으로 구성된 「대일민간법률구조회」측은『이번에 발견된 고종의 친서와 위임장, 논문등은 재판에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며『승소를 확신하지만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작고한 조옹등은 92년 8월29일 구조회를 통해 일제침략으로 작성된 조약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고 이 무효조약에 근거한 일제의 불법행위 때문에 입은 한민족의 피해를 원상회복하고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서사봉기자】
◎소송 청구취지 전문
제1. 피고(일본국)는 1.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의해 작성된 한일 양국간의 1904년 2월 23일자 협약(한일의정서), 동년 8월22일자 협약(외국인고문용빙협정), 1905년 11월17일자 협약(소위 을사보호조약), 1907년 7월 24일자 협약(정미7조약) 및 1910년 8월22일자 조약(합방조약)은 당연히 무효로 이 무효조약에 근거해 한국을 지배한 불법행위와 2. 한국지배 기간 중 원고인 한민족에 대해 생명 및 재산의 수탈과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가한 행위 및 기타의 각종 불법행위와 3. 일제침략과 태평양 전쟁 도발의 불법행위로 인한 한국의 국토양분과 민족이산, 또 그 원인에 의해 6·25 동란과 민족상잔등이 야기되었다는 사실등의 각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한민족이 입은 피해에 대하여 원상회복, 손해배상 및 공개사죄의 책임이 있음을 확인하라.
제2. 피고는 앞의 불법행위로 인해 1. 원고들을 포함한 한민족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입은 피해와, 생명 재산등의 수탈피해 및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하여 별지 사죄문에 의하여 사죄하고 2. 수많은 독립지사 희생자에 대한 배상으로 그 중 민족대표 33인의 유족 중 1인인 원고(3)김행식에 대해 금 2천만엔을 지급하며 3. 전쟁기간중 한국인을 정신대, 노무자, 군속, 군인등으로 강제연행한 후 사망하였다고 추정된 약 40만명 중 별지 (갑)표시 당사자들의 피해사실들에 대하여 (1)연행으로부터 사망에 이른 과정에 관하여 즉시 조사절차를 이행하고 그에 대한 신분관계자료를 인도할 것과 (2) 동인들의 유해(또는 유골)를 송환할 것과 (3) 각 원고들에 대하여 금 4천만엔을 지급하며 4. 강제연행당한 정신대,노무자, 군속 및 군인등 합계 약 2백만명 중 별지(을)표시 원고들에게는 각각 금 3천만엔, 별지 (병)표시 원고들에게는 각 금 2천만엔을 지급하며 5. 천여만명에 달하는 남북이산가족에 대한 배상으로 원고 (5)주의경에 대하여는 금 1천만엔을, 나머지 동 (정)표시 원고들에게는 각각 금 99엔을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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