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처럼 매사에「조정기」란 두루뭉수리한 말을 자주 쓰기도 어려울것같다. 사안이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예측은 더구나 오리무중일 때「조정기」라는 설명만으로 쉽사리 추궁과 책임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으니 이처럼 편리한 말이 또 있겠는가. ◆금융계 인사들에 의하면 우리 경제에서의「조정기」란 의미는 대체로 가격상승과 인상을 의미한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한다. 물가를 잡고 금리를 낮춰야 할 책임을 진 당국자가 억제노력에도 오르는 물가나 금리를 두고『조정기에 들어갔다』고 시치미떼는 말들을 한다는것이다. 그런가하면 경기의 바로미터인 주가동향을 놓고서는 그 뜻이 또 둔갑을 한다. 증시의「조정기」란 바로 주가하락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당국이 제2단계 금리자유화를 오는 11월1일부터 실시키로 확정함에 따라 바야흐로 우리 금리도 일대 조정기에 들어갔다는게 당국이나 금융기관들의 반응이다.실명제 실시보완을 위한 엄청난 통화증발에도 경기는 침체인데 자금의 초과수요는 계속되고 보면 자율화란 일단은 금리상승을 뜻할 수밖에 없다. 신경제 1백일계획에 따라 금리대폭인하 다짐이 있었던게 언제인데 또 올리기냐는 반문엔 자율화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조정기」라는 대답인것이다.◆나라살림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시행착오나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도 물론 인정된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정책이나 개혁사정과정을 보노라면 당초의 명분에서 지나치게 뒤집히거나 후퇴하고 농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잦다. 주력업종인정여부를 놓고서도 하루만에 정부방침이 뒤집혔다는 소리가 나온다.「조정」좋아하고 남발하는 우리정책이 어쩐지 불안하기만 하다.◆결국「조정」소리만 계속되다가는 국민사기나 의욕마저 침체로의 조정기에 빠질까봐 걱정되는 시점이다. 명확한 현실진단, 철두철미한 준비 및 청사진으로「조정」소리가 점차 사라질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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