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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한국 축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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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한국 축구(사설)

입력
199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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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신만고 끝에 우리 축구가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국민감정이 삽시간에 끓어 올라 생기가 돈다. 3회연속 진출의 이 감격은 그러나 천신만고의 결과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행운이나 같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축구는 그 허상과 실상을 남김없이 드러냈다고 할것이다. 축구에서만은 아시아의 맹주라는 자만과 과신은 분명한 허상이었다. 과거에 보인 특유의 투지와 정신력이 저하되었고 기술과 전략에서도 답보하고 있음이 여실히 나타났다. 한 수 아래로 은근히 내려다 본 일본에 완패당한것이 바로 한국축구 오늘의 실상이라 해도 무방할것이다. 기적같은 월드컵 본선진출이 가슴 터질듯 기쁘면서 허전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축구가 제 위치를 확실히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기초가 약하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있다. 프로 경기까지 벌어지는 국내 운동장은 좀체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출한 스타급 선수도 발굴되지 않는다. 훈련이나 행정은 여전히 주먹구구이고, 축구협회는 오랫동안 고질적인 분쟁을 앓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최고만을 믿고 있다는게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사이 중동세와 일본의 분발이 맹렬한 기세로 한국축구를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의 결과는 우리 축구에게 쓰지만 매우 유용한 보약이 되리라 믿어진다. 근거 없는 자만과 과신, 그리고 우물안 개구리 같은 낡은 생각에서 벗어날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다부진 각오가 없으면 앞으로 닥칠 산전수전을 이겨내지 못한다. 본선 진출로만 또한번 만족하다가는 마을축구로 전락할 위기를 맞이하고 말것이다.

 이번 카타르예선의 결과는 2002년 월드컵 본선을 유치하려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들의 노력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로선 일단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셈이나 그럴수록 본선에서의 선전과 명예회복이 중요하다. 예선의 되풀이가 없도록 처음부터 채비를 다시 가다듬어야 할것이다. 즉흥적이 아닌 국민의 계속되는 성원도 한층 요구된다.

 이 기회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차분하게 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과정을 무시한 성과의 조급한 기대, 그리고 이만하면 됐다는 지극히 비과학적인 자족감은 하루속히 청산함이 마땅할줄 안다. 아울러 상대적 우월성을 함부로 나타내는 미숙함도 경계의 대상으로 삼을만하다. 익은벼가 고개 숙이듯, 진짜 실력을 갖췄으면 저절로 겸손하게 된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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