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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이라크”… 전화·팩스 쇄도/주한대사관 오랜만에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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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이라크”… 전화·팩스 쇄도/주한대사관 오랜만에 활기

입력
199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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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골로 「축구외교」… “관계개선 기대”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말 꼭 전해주세요』 『이라크선수들에게 성금을 보내고 싶은데 주소를 알려주세요』

 천우신조같은 이라크의 동점골로 한국축구의 연속3회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자 29일 상오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33의6 주한 이라크대사관에는 한국국민들의 감사전화가 빗발쳤다. 이혜정씨(26·여)등 한국인직원 2명은 1백여통이 넘게 밀려든 감사전화와 팩시밀리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상오10시께 출근한 버한 K 가잘대사등 이라크직원 3명도 감사전화가 쇄도한다는 말에 『오우 케이』 『콘그래추레이션』(축하합니다)을 연발했다. 91년 걸프전이후 한국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조용하기만 했던 이라크대사관은 오랜만에 활기가 감돌았다.

 한국국민들은 연신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60대 남자는 『우리나라가 이라크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 덕분에 일본을 딛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며 『이 감격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을 잇지 못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한 국민학교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라크를 소개해주겠다며 영상교육자료가 없는지 물어왔다.

 또 30대 회사원이라고 밝힌 사람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헤딩슛 동점골을 넣은 자파르 옴란선수는 한국축구의 은인이다. 그에게 감사편지를 쓰고 싶은데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팩시밀리를 통한 감사전문도『이라크도 함께 본선에 나갔더라면 더 좋았을것』이라는 위로에서부터『이라크 축구발전을 위해 성금을 보내겠다』는 격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라크대사관은 그동안 국내사정으로 관광비자를 일절 발급하지 않아 한국인들의 전화나 방문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이염 악화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가잘대사도 이날만큼은 밝은 표정으로 집무했다. 가잘대사는『우리의 동점골이 한국을 도와준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선수들의 뛰어난 기량, 한국인들의 열렬한 응원이 어울려 이뤄낸 결과』라며 『한국과의 소원했던 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팀은 앞으로 대회조직위로부터 경기수당 20억원을 받게 돼 이라크의 동점골은 20억원짜리나 다름없지만 이라크도 이번에 그 이상 값이 나가는 외교를 한 셈이 됐다.【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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