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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닮기」 경쟁/삼성/현대(금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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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닮기」 경쟁/삼성/현대(금요경제)

입력
199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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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업종서 이미지·조직관리까지/불도저인상 씻고 세련미·조직적경영 강조/전자사업에 필사적… 계열사 로고교체착수/비서실 등 파격개편… 저돌적기업 변화시도/소비재 탈피 승용차·중공업·건설 과감대시 지난 23일 있었던 삼성그룹 비서실의 조직개편을 지켜본 현대그룹 관계자는 『과거 현대그룹의 인사를 닮은 파격』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핵심인 비서실에 젊은 참모진들을 대거 포진시켜 공격적인 경영을 해 나가겠다는 삼성그룹의 의욕을 읽은것이다.

 현대그룹의 정세영회장은 최근 치밀한 관리, 조직적인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노가다」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현대상을 구축하자는 선언이다.

 국내 재벌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삼성과 현대에 전과는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서로 닮자」 「서로 바꾸자」는 양 그룹의 움직임이 이 기류의 진원지다. 세련되고 치밀하다는 인상이 깊이 새겨진 삼성그룹이 뭔가 「큰 일」을 치를듯 저돌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반면 거칠고 공격적인 기업으로 비쳐온 현대그룹은「부드러운 이미지」로의 탈바꿈에 나선것이다.

 새 정부 출범직후 구름속에 가려져 알게 모르게 꿈틀대던 두 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들어 다양한 형태로 노골화돼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로 상대 그룹의 주력업종에 본격 나설것임을 선언하고 있고 상대방의 조직과 관리방식을 원용하고 있으며 이미지바꾸기 작업도 진행중이다.

 가장 두드러진 삼성과 현대의 서로 닮기, 서로 바꾸기 움직임은 앞으로 주력을 기울이겠다고 나선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재재벌로 잘 알려진 삼성그룹은 최근들어 중공업 조선 건설등의 업종에 과감한 대시를 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간판업종인 승용차 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정해놓고 수조원 투자의 모험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이에비해 현대그룹은 최근 전자사업의 강화에 필사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반도체와 컴퓨터 사무용기기등에 주력해 온 현대전자는 이달들어 비디오CD플레이어개발을 발표하면서 종합가전업체를 선언하고 나서 국내 가전시장의 3사체제에 일대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현대그룹은 특히 전자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 회사를 업종전문화에 따른 주력기업으로 정할 계획까지 세워놨다.

 두 그룹의 또 다른 변화는 조직과 경영 관리방식의 서로 닮기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전무체제로 운영하던 그룹 비서실의 팀조직을 이번 개편에서 이사급으로 대폭 낮췄다. 따라서 막강한 힘을 갖고있는 비서실 팀장의 평균연령은 종전의 47세에서 42세로 낮아졌다. 이는 젊은 패기와 신선한 감각을 살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흡사 과거 현대그룹의 스타플레이어에 의한 경영, 40대 사장체제등과 닮은 꼴이다.

 삼성그룹은 또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난다」는 치밀함을 벗어던진듯한 경영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사전양해도 받지않고 거제도 조선시설증설을 밀어붙였고 경쟁사 스파이사건등으로 물의도 일으켰다. 법과 규범에 충실하고 치밀한 계산하에 하나하나 일을 처리했던 과거 삼성과는 전혀 다르게 우선 일을 벌여놓고 보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사건들이다.

 이에비해 현대그룹은 새 정부 출범직후의 낮은 포복 경영에서 벗어나 이제 갖가지 임원세미나와 의식개혁실천결의대회등으로 새로운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장 전권이던 권한을 대폭 하부로 이양해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본부장들이 업무전결권을 갖는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보다 유연한 조직과 사고방식을 갖자는 움직임이다.

 현대그룹은 또 그룹 이미지쇄신작업의 하나로 각 계열사의 로고바꾸기 작업에 착수했으며 그룹의 대변인역할을 맡고있는 문화실장의 직급을 이사급에서 상무로 격상시켰다. 각 계열사의 홍보조직도 대폭 늘려 부드러운 기업, 세련된 기업의 모양을 갖췄다.

 양대그룹의 서로 닮기, 서로 바꾸기 작업이 그룹내 위상이 달라진 총수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두 그룹 모두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불가피한 속사정에서 이같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특징이다.

 그룹 경영의 대권을 맡은 지 5년이 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은 올들어 각종 해외회의등을 통해 전 계열사의 임원들에게 체질전환을 강조하며 과거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떨어내는 작업을 벌였다. 급변하는 세계의 경영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고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주입시켰다. 이회장은 또 젊은층의 발상을 가로막지 말고 현장을 뛰라는 내용의 행동강령을 지키도록 임원들에게 지시해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옷과 설탕으로 출발한 삼성이 중후장대형 업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이다.

 반면에 현대그룹은 정주영창업주와 함께 오늘날 그룹의 기반을 닦아온 정세영회장이 올들어 경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보다 현대적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정회장은 특히 선거후유증에 시달려 크게 위축된 그룹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현대=노사분규」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유연한 조직, 부드러운 인상을 심는 작업에 나섰다. 전 임원진들을 동원한 변화와 업종의 변신작업이 정회장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것이다.

 국내 양대 재벌의 이같은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이 처한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것으로 국내 재계의 판도변화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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