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 세계화작업 재계공동과제” 효성그룹 조석래회장은 우리나라 재계에서 손꼽히는 국제통이다.
지난 14일 열렸던 한일재계회의에서 조회장은 한국측 제안설명자로서 「한일양국의 신정부 출범과 양국 경제계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이보다 이틀전에는 한미재계회의 운영위원회에 참석, 기술분과위 및 지적재산권소위 한국측 위원장으로서 복잡해지고 있는 대미 통상문제를 협의했다. 또 22∼24일에는 하와이서 열린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운영위원회에 참석, 지난 5월 성공리에 개최된 PBEC 서울총회의 노하우를 차기 개최국인 말레이시아측에 전수하기도 했다.
이 열흘동안의 일정만 보더라도 조회장이 재계의 국제통임을 충분히 알 수있다. 우리나라 민간경제계 차원의 국제교류에 있어서 조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인것이다.
2년전 PBEC회의에서 다음 총회를 서울서 개최하기로 결정했을때 재계에는 국제적 감각과 지식을 갖춘 중진급의 재벌총수가 조직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구평회 PBEC 한국위원회위원장과 당시 유창순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재계의 결론은 조석래 회장이었다. 조회장은 이같은 기대에 부응, 지난 5월 열린 서울총회를 한국 필리핀등 3개국 국가원수와 7개국 통상장관을 비롯, 20여국 7백여명이 참가한 최대규모의 행사로 만들어냈고 특히 미묘한 입장에 있던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참가시켜 본인은 물론 우리재계의 경제외교능력이 생각이상으로 뛰어남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세계화, 국제화는 개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재계 전체가 공동으로 추구해야할 과제』라는것이 조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PBEC 서울총회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도 서울총회를 통해 회원국들에 한국경제의 실상을 올바로 알리고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링크역할을 함으로써 아·태지역의 유력한 경제 중심지역으로 부상되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회장이 이렇게 재계의 국제통으로 자리잡게 된것은 그가 일본의 와세다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의 일리노이대에서 대학원을 졸업(석사)해 일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다독가로 알려진 그는 해당국의 역사와 국민성을 연구해 접근할 뿐 아니라 현안문제에 대해선 직설적일 정도로 분명하게 우리재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14일의 한일재계회의에서 조회장은 『한일양국이 반성할것은 반성하고 주장할것은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며 『무역불균형 기술이전등의 오랜 과제는 경제논리에 따라 풀어나가야 하지만 이 문제가 호혜적 관계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몇년전 미국에서 있었던 아시아협회 연설에서는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한국등 개도국들의 대미 수출증가 때문이 아니라 일본과의 무역적자 때문』이라고 주장,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일본통산성은 조회장의 이 연설문을 내부에 회람시키기도 했다.
요즘 조회장이 가까이 두고 읽는 책은 일본인 학자 겐이치 오마에가 지은 영문원서「The Borderless World(국경없는 세계)」이다. 조회장은 올들어 국경없는 세계속에서의 효성그룹의 생존전략을 적극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조회장이 중국 베트남등지에 현지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해외지역본부를 확대하는 한편 신정부출범후 재계최초로 수출촉진단을 각국에 파견하는등 국제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것을 비상한 관심속에서 지켜보고 있다.【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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