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들은 걸핏하면 『요즘애들은…』하며 옛날 자기들에 비해 도덕적으로 폄하하기 일쑤다. 나 자신도 대학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 『요즘 학생들은…』하며 비판적 언사를 일삼아 왔음도 솔직한 고백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기성세대들의 하향평준화 성향에 다름 아니다. 일부의 부정적 요소를 가지고 마치 전부를 못쓸것처럼 매도해버리는 부정적 성향말이다. 학생이 스승에게 불경스럽게 했거나 스승이 제자에게 비교육적 행동을 하면 그 동류집단은 무차별로 난도질 당하기 싶상이다. 양질의 소수의견보다는 미숙된 다수의 욕구로 하향평준화를 선호하는 물량주의적 민주화는 그래서 위험한것이다. 요즘은 앙케트시대다. 정치도, 학문도 다수의 종합적 의견과 여론의 향방에 의해 정책과 학문적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우리는 여론 조사의 허구성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 그런것은 아니라도 많은 부분에서 질높은 여론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날이면 날마다 편지로 혹은 전화로 문의해오는 질문서들에 시달리면서 얼마나 개인의 비밀을 보장받으며 정확하고 성실한 응답을 해보낼 수 있는가. 더구나 질문의 내용이 체계적 연구와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친것들이냐 하는것이다. 진실은 항상 쉽사리 노출되지 않는 법이다. 요즘 학생들, 요즘애들의 비도덕성을 논하게된 드러난 모델들의 뒤에 노출되지 않고 숨어있는 긍정적이고도 진실된 요소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알아야 할것이며, 노출된 다수집단의 의견보다는 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감당할 소수의 고급여론이 짓밟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흐름과 원류가 정상적이지 못하고 강둑을 넘나드는 여론은 오히려 무서운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것이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요즘의 애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얘기는 기성세대들이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여론화시켜온 가상적 명제이며, 그 자신들도 이런 명제의 중심을 돌파한 경험자들이다. 해마다 그림심사를 하며 『요즘 신인들은 기초가 없고…』 운운하는 상투적이고 부정적인 말들도 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가상여론에 불과한것이 아닌가 반성해보며, 이렇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그림을 배운다.<이종상 서울대교수·화가>이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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