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대학의 부정과 비리라하면 사학의 전유물처럼 돼 있었다. 입학부정이다, 학사관리비리다, 대학운영의 전횡과 재정의 유용이다해서 대학과 관계되는 대소사건만 터졌다하면 그 주체는 언제나 사학재단이나 사립대학교수가 아니면 사립대학의 학생들일 정도였다. 지난1월말께 몇몇 사학에서 입시부정이 발각되면서 연이어 곪집같은 대학의 입학불정실상이 드러났을 때도 그것은 모두 사학들의 몫이었다. 사학들이 총체적부정의 온상처럼 의심받고 불신당해야하는 비참한 처지에 몰렸던것은 불과 몇달전의 일이다.
부정입학학부모가 구속되고 명단이 공개되어 사회가 온통 시끌시끌할 그때에도 국립대학들은 무풍지대였다. 독야청청할수 있었다. 대학이 온통 썩었다는 한탄의 소리가 드높았던 때 국립대학만이라도 그러지 않았던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위안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립대학들도 학점관리가 엉망이고 사무직 인력관리가 방만하다는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보면서 국립대학에대한 기대와 위안이 성급했음을 후회하게 된다.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게 된다.
24개국립대학중 10개대학에대한 학사관리 감사결과 졸업학점을 다 취득하지 못했는데 졸업을하게하고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점을 준 교수 4백24명이 적발돼 경고와 주의를 받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러한 국립대학중에는 선두그룹의 국립대학마저 끼여있다. 국립대학들의 사무직인력은 사립대학보다 평균1·7배나 많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말로만 듣던 국립대학의 방만한 운영이 사실이었다는 증거다.
사학들의 입학부정과 재단의 재정비리와 같은 범행에비하면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변명할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재정부담을 전액 국민의 세금인 국가예산으로하는 국립대학이 재정난 부담이 없다해서 입학부정을 하지않은것만으로 대학의부정과 비리는 사학에 있는것이라며 독야청청한척했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국립대학의 사명은 경제적·지리적 이유때문에 불리한 처지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교육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해야하고, 학사관리와 대학교육의 수월성추구에 모범과 선도적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데 있다.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 국가목적상 반드시 육성해야할 분야, 수요가 적어 사학이 손대기 어려운 분야와 소외되기쉬운 분야의 교육프로그램을 국립대학이 맡아서 해내야하는것이 국가가 엄청난 재정부담을 감내하면서도 국립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는 기본목적인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에서마저 아직까지도 「공부하는대학」을 만드는 일에 소홀하고 학생들의 눈치나 보며 출결석과학점관리를 보신의 수단으로 쓰는 교수들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사학의 입학부정이나 비리와 조금도 다를게 없다.
국립대학의 방만한 사무인력관리로 대학재정을 축낸다면 사학재단의 재정유용보다 그 잘못이 가볍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책임은 더 무겁다 할것이다.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학들과 우수고교생 유치 경쟁에서 「조금은 낫다」고 자족이나 하면서 주어진 특권을 대학인들의 이기와 편의로나 이용하면서 나태와 안일에 탐닉하고 있겠다는것인가. 국립대학인들의 자성과 분발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이상 머뭇거리다가는 타률의 메스가 개혁을 주도할는지도 모른다. 그때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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