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달라지고 있다. 얼마전 국정감사활동에서도 야당의 변모가 드러났지만 27일 이기택민주당대표의 국회연설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과거 야당대표의 국회연설은 집권자와 정부에 대한 성토 구호로 일관된 정치공세 위주의 규탄성명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날 이대표의 연설은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 퍽 인상적이다.
제일 먼저 눈에 뛰는것이 비판보다는 대안 제시가 많다는 사실이다.
비판도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마구잡이로 비난하는 투가 아니다. 설득력있는 현실진단과 분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새정부가 지난8개월동안 추진해온 정치와 정책에 대해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긴 하지만 일반국민의 공감을 살만한 비판이 많았다. 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의 혼선에서부터 전문성이 무시된 일부 정치성 인사에 이르기까지 수긍이 가는 지적이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의 박수를 받아온 개혁 조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인상이 짙다. 잘한것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아량도 아울러 보여주었더라면 야당의 변모가 더욱 돋보였을것이다.
다음으로 주목할만한것은 이 연설에서 정치보다 민생경제에 더 큰 비중을 두어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문민시대에서는 정치문제가 그다지 심각하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회생에 력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을 사고도 남는것이다. 특히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력설한 대목은 전날 김종필민자당대표의 연설과 일치하는것이어서 경제난 인식에서는 여야의 구별이 없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기대해 볼만한 대목이다.
주요 경쟁국의 배가 넘는 금리, 불안정한 노사관계, 낙후된 교육투자, 선진국의 10분의1에도 못미치는 과학기술수준, 정지된 사회간접자본투자등 열악한 경제현실여건도 제대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는 구체적 대안으로 이대표는 여러가지를 제의하고 있다. 실명제실시이후에 따라야 할 세율인하등 세제개혁과 금융자율화, 그리고 부동산 실명제의 실시, 중소기업지원, 예산안의 삭감, 추곡수매값 16%인상등이 그것들이다. 앞으로 남은 회기동안 원내활동을 통해 어떻게 실현시키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그리고 과학기술투자를 GNP대비 현재의 2.5%수준에서 늦어도 96년까지는 5%수준으로, 교육투자 역시 5%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실제 립법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도 주목하고자 한다.
민주당이 제시한 여러 정책 대안들은 과거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헛구호가 아니다. 때문에 국민들은 신뢰를 가지고 실현여부를 주시하고 있다는것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약속한 「국가장래를 고민하는 야당, 책임도 함께 지는 믿음직한 야당」의 성패는 바로 이런 정책활동에서 판가름날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