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대비 주력기업 집중육성/각종 규제완화·자금지원 혜택 27일 상공자원부가 확정한 업종전문화시책은 국내재벌이 더이상 「문어발」확장을 하지 말고 스스로 소수의 업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려는 기본취지를 담고 있다.
나날이 시장이 개방되고 해외 유수의 대기업과 경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유망한 대기업을 집중 육성하도록 산업정책 차원에서 배려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당국의 의도에 대해 재계는 그룹마다 이해가 엇갈리면서 반발하는 자세를 보여 업종전문화노력이 정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업종전문화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기업도 세계 일류기업에 비하면 너무나 왜소하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삼성전자의 연 매출액은 지난해 78억달러로 일본 마쓰시타의 5백61억달러에 비해 7분의1도 안되며 현대자동차도 포드자동차 매출규모의 13분의1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등에 따라 국내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앞으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조차 국내외업체간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좁은 내수시장규모나 한정된 투자재원등을 감안할때 국내기업들도 승산이 큰 분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각계에서 강하게 제기돼왔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재벌이 영위하고 있는 업종수는 지난해 4월 평균 17.9개에서 올 4월엔 18.3개로 늘어나 상호연관이 없는 분야로의 「문어발」확장현상이 더 심해졌다. 이번 시책의 분류방식인 15개업종으로 따져봐도 10대그룹은 평균 9개업종, 11∼30대그룹은 평균 6개업종에 참여중인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경우 2차세계대전이 끝난뒤 새로 생긴 소니·닛산자동차등 40대기업집단이 저마다 1∼3개의 소수 업종에 전문화 또는 관련다각화해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한것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물론 국내재벌들도 문어발확장을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 새정부 출범이후 현대 삼성등 주요 그룹이 계열사매각·통폐합등 정리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었다. 하지만 상공부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그룹별 계열사축소계획은 매출비중으로 따져 고작 전체의 0.5∼5.7% 수준에 그쳤으며 특히 관련업종수를 줄이는 실질적인 전문화노력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사실 어느 기업이 어느 업종에 주력하느냐 하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해당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맡겨야 한다. 또 특정업종을 정부가 개입해 집중육성할 경우 우리나라처럼 경제규모가 이미 커진 상황에선 자칫 통상마찰을 부를 소지도 적지 않다. 더구나 한정된 자금등을 일부기업에 지원한다면 특혜시비를 몰고 올게 뻔하다.
이같은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 상공부는 전문화할 주력기업의 선정은 업계 자율에 전적으로 맡기고 자금등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기업활동에 관련된 각종 규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주는 방향을 택했다.
이번 시책에서 포함된 출자제한 해외금융 공업입지등 각종 규제는 어차피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모두 풀어야할 조치들이다. 다만 현실여건상 한꺼번에 풀 수 없는 규제들을 주력기업에 한해 우선 해제함으로써 국제경쟁에서 불리한 요인들을 미리 제거해 주겠다는것이다.
한편 이날 상공부가 30대그룹 기조실장을 모아 이번 시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재계 관계자들은 자기 그룹의 이해에 따라 난색을 보이는등 크게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럭키금성연구소 이윤호소장은 『국제화나 정보화추세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업종전문화시책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각 개별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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