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먹는 일」과 「살 빼는일」이다. 각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먹고, 운동으로 체력과 체중을 관리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어서 그 문제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중년이후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어떻게 식사량을 줄이느냐, 어떤 운동으로 살을 빼느냐는것이 큰 관심사다. 「건강식품」에 대한 끝없는 집착도 한국인들의 특징이다. 어떤 사람들은 탐욕적으로, 어떤 사람들은 금욕적으로, 건강식품 내지 정력식품에 몰두한다. 몸에 좋다면 어떤 흉한것도 가리지않고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들도 있고, 채식. 생식등 극도로 제한된 식생활이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의학상식이 과장 왜곡된채 전파되어 웃지못할 소동을 빚는 경우도 있다.
보사부가 26일 발표한 「91년도 국민영양 조사결과」는 식생활의 균형을 잃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것을 말해준다. 식생활에 쓰는 돈과 관심은 높아졌으나, 식생활의 과학화는 편의위주로 흘러왔다. 전국의 2천가구 7천7백98명을 대상으로한 이 조사에서 12.2%는 영양과다(하루 3천1백25킬로칼로리 이상 섭취)로, 24%는 영양부족(하루 1천8백75킬로칼로리 이하)으로 나타났다. 또 18.7%는 비만으로 분류됐다. 영양과다와 비만, 영양부족은 경제력의 차이에서 온다기보다 잘못된 식생활에서 온다고 할수 있다.
영양부족에 대한 인식은 경제상태가 좋아지면서 느슨해지고 있다. 가난하던 시절에는 주부가 가족들의 영양섭취에 신경을 많이 썼고, 달걀 하나라도 챙겨 먹이려는 노력을 했으나, 요즘에는 가족의 영양실조를 겁내는 주부가 거의 없다. 냉장고를 열면 언제나 먹을것이 있고, 가족들이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만들어 주고 있는데, 영양실조가 어느 나라 얘기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갔다가 「영양실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겉으로 매우 건강해 보이고 비만에 가깝던 사람이 영양실조 판정을 받아 주변의 놀림을 받기도 한다.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의 식생활 습관은 더욱 문제다.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 푸드에 대한 의존이 날로 심해지고, 하루에 세끼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식도 약하고, 날씬해지기 위해서라면 굶기를 밥먹듯하는것이 그들의 특징이다. 젊은 여성들중에는 과일 한개, 과자 몇조각으로 식사를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다이어트가 무조건 굶는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하루에 한끼이상을 일부러 거르는 결식자 비율이 10대 26.4%, 20대 21.6%로 나타났다.
각종 식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에게 무차별로 광고 공세를 벌이는 먹거리의 홍수속에서 식생활에 대한 바른 지식과 실천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의 식습관은 국민건강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학교와 가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먹는것」이 온국민의 관심사인데, 바른 식생활이 자리잡지 못하고, 영양과다와 영양부족이 혼재한다면 문제다. 습관적으로 과식하거나 굶지말고, 내가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먹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면서 「먹는것」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한차원 높여가야 한다. 국민3명중1명이 「영양과다」이거나 「영양부족」이라는것은 그대로 지나칠 일이 아니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