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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진소설가 2인 나란히 신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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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진소설가 2인 나란히 신작 출간

입력
199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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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용씨 장편 「쑥꽃」/김문수씨 「그 세월…」/일제말 각 계층 여인의 고통 다뤄/쑥꽃/5년만의 작품집… 기법 다양해져/그세월… 중후한 문단경력을 지닌 50대의 두 소설가가 신작을 내놓았다.유재용씨(56)는 장편소설 「쑥꽃」(한미디어간)을 내놓았고, 김문수씨(54)는 5년만에 소설집 「그 세월의 뒤」(무수막간)를 출간했다.오랜만에 작품을 내는 두 작가는 20대에 일간지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단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위치를 확고하게 구축했다. 유씨의 「누님의 초상」과 김씨의 「만취당기」를 기억하는 독자는 아직도 많다.

 젊은 시절 예리한 감각과 의식으로 분단과 산업사회의 음영을 그려냈던 이들의 최근작에서는 넉넉한 여유가 느껴진다. 작품의 긴장감은 다소 덜한듯하나, 중진작가가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또다른 미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씨의 「쑥꽃」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계급의 여인들이 겪는 고통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한부자집의 가정사를 기본 축으로 양반의 노리개가 돼야 했던 힘없는 노비의 아픔, 상민여인들의 한, 아들을 낳기 위해 온갖 부덕을 저질러야 했던 양반 여인들의 고독등이 교직되어 있다.

 일제 말 징집돼 군대에 끌려가게 된 한영섭의 외아들 지웅은 부모도 모르게 도망간다. 일본경찰은 지웅 대신 여동생 지연이 정신대에 입대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지연은 이를 피해 소작인의 아들과 가짜 결혼을 한다. 가짜로 한 결혼에 결국은 몸을 망치게 된 지연은 자살을 기도하다 아이를 낳는다. 

 한영섭의 서녀 귀자와 귀자의 어머니 장전댁의 한을 바탕으로 일제 말과 광복의 격동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파란 많은 삶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유씨는 『한국적인 여인들의 삶을 탐구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종교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특정 종교에 대해 탐닉한다기 보다는 인생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소설집 「그 세월의 뒤」는 「만취당기」 이후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미문을 쓰려는 노력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언어 속에 단단한 문장을 쓰고 있는 점, 「돌과 나무」 같은 우화적인 소설에서 나타나는 기법의 다양성등이 특징이다. 

 단편「만취당기」에서 보여줬던 사대부가의 지조와 퇴락을 바라보는 의연함, 「서러운 꽃」의 혼혈아들을 통해 드러난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애정이 탑골공원의 노인, 대학강사등 생활인의 삶 속으로 새롭게 번져가고 있다.

 평론가들로부터 「환상적 리얼리즘」이란 평가를 받은 「돌과 나무」는 정년퇴직한 사진기자가 과거에 자신이 찍은 필름 안의 대상과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이다. 필름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를 회상하고 우리의 역사를 되짚는 이채로운 내용에서 새로운 소설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김씨는 『과거에만 집착할 생각은 없다. 리얼리즘등 특정 문예사조에 구애됨없이 상상력을 동원해 이 시대에 해야 할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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