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유화책, 재야출신탓 시각은 잘못”/부처별 「강온 역할분담론」제기 눈길 한완상부총리는 26일 서울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 관훈클럽(총무 이광훈) 토론회에서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신의 성향에 관한 논란, 북한 핵문제 및 남북특사교환문제와 언론관등에 관한 폭넓은 입장을 밝혔다. 한부총리는 2시간반 가깝게 진행된 이 토론회에서 『통일원장관은 유화적이어야 한다』는 「새로운 논리」를 전개하며 자신을 겨냥한 이른바 「성향시비」 및 대북정책 노선에 대해 정면으로 맞받아쳐 주목을 받았다.
이날 한부총리는 토론에 앞선 기조연설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기초로한 통일정책의 당위를 설명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한부총리는 『80년대는 밑으로부터의 혁명이 좌절됐다』고 단정한뒤 『90년대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시작됐고 사정단계와 2단계인 개혁의 제도화를 거쳐 밑으로부터의 개혁과 접목이 성공하면 통일역량은 크게 강화될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벌어진 토론회에서 한부총리는 패널리스트들로부터 진보적 성향에 관한 비판적 질문을 받으면서 논쟁이 벌어졌으나 예상과 달리 비교적 「차분하고 정중한 분위기」속에서 토론이 진행됐다는게 참석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취임직후 『통일원이 통일을 이끄는 기관차가 될 것』이라고 말해 대북정책의 주도적 위상을 자임했던 그는 『정부안에는 강온의 역할을 맡는 부처가 각각 있어야 하는데 통일원은 유화책을 써야 할 부처이다』라며 강온 분업론을 제기했다.
한부총리는 질문자가 『부총리의 대북관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쓸 필요를 느끼지 않는가』라고 묻자 『정부는 북한에 대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병행 사용하는 정책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 부처가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면 말이 안된다』라고 답변했다. 한부총리는 이어『통일원은 같은 조건이면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힘쓰는 부처』라며 『강경책을 쓸 수 있는 다른 부처가 있으면 전반적인 협업을 통해 시행할 수 있을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원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는듯 했다.
한부총리는 강경책을 쓰는 부처가 어디냐고 묻자 『안기부의 신중론같은데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우회적으로 안기부가 강경책의 적임부서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부총리에 취임한후 8개월동안 진보적인 성향이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다」「정부당국자가 된뒤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등의 질문에 『사람은 변하는 환경에 창조적으로 적응하는데 진보·보수라는 벽속에 가두어 놓는것은 분명 잘못』, 『정부에 들어와서 신축성이 늘어난것을 변화라고 부른다면 그것도 언론의 자유』라고 답변하며 여유있게 공박했다.
그는 『스스로 재야시절과 변한것이 너무 없어서 비판을 받지 않는가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재야출신이기 때문에 대북유화책이 나올수밖에 없다는 시각은 분명 잘못된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성향시비」가 원천적으로 잘못된 시각에서 제기된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질문자들은 지난7월 2단계 미·북회담이 끝난뒤 「2개월내에 영변등 미신고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이루어질것」이라고 낙관했던데 대한 그의 판단착오를 추궁했다.
한부총리는 이에대해 『속도는 느려졌지만 방향은 핵문제 해결쪽으로 다가서고 있다』며 『특사교환 성사후 우리의 기대치에 못미칠수는 있지만 북한이 결코 거꾸로 방향을 돌리는 일은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사교환으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남북 핵상호사찰을 위한 분위기조성단계까지는 갈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한부총리는 지난25일의 제4차 남북 실무대표접촉에서 있은 대표간 비공개접촉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문제에 대한 막후교섭이 있었음을 시인하고『북한의 핵투명성이 보장되면 그 순간 핵카드의 유용성이 없어진다는 취지에서 북한의 요구사항을 한꺼번에 다 들어주고 핵문제를 완전해결하는 일괄타결방식도 검토할 가치는 있다』고 밝혔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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