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선풍 타고 「휘모리」 크랭크인 판소리영화「서편제」의 선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리외길을 걸어온 한 소리꾼여인의 삶을 그린 국악영화「휘모리」가 제작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일목감독이 곧 크랭크인할 「휘모리」는 올해 전주대사습놀이에서 판소리「심청가」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창 이임례씨(52)의 파란만장한 삶과 소리를 극화한 것이다. 이씨는 전남 진도태생으로 16세때 이름난 남도소리꾼 이병기씨에게 발탁돼 판소리계에 입문한뒤 남도 제일의 북잡이 강달선을 거쳐 인간문화재 성창순씨에게 사사, 마침내 소리계 정상에 선 재인이다.
「휘모리」는 이씨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리에 입문한뒤 득음하는 과정과 스승과의 사랑으로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도 소리에 대한 일념으로 모든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등이 판소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이씨가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한뒤 TV의 토크쇼에 출연,자신의 지난 삶을 털어놓는 장면을 시나리오 작가 박철민씨가 보고 감동한된데서 비롯됐다. 「서편제」를 이을 한국적인 소재를 찾고있던 이일목감독은 박씨의 뜻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했고 지난해 「하얀전쟁」으로 제5회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대일필름(대표 국종남)측이 흔쾌히 이들의 제안을 수락, 「휘모리」의 제작에 착수하게 됐다.
이씨의 소리인생은 그야말로 양악에 눌리고 찢긴 우리소리의 그것과 궤적을 같이한다. 16세 꽃다운 나이에 창극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그의 삶은 고난과 한으로 점철된다. 그가 죽을 각오로 남도소리꾼 이병기의 문하에 든후 피눈물나는 득음의 과정은 물론이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사랑으로 변해 남들의 손가락질속에 스승과 함께 했던 짧은 결혼생활, 그리고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후 홀어미로 아들 태백을 키워가며 소리인생을 이뤄가는 얘기들은 여느 멜로드라마보다도 감동적이다.
「휘모리」에는 배역공모를 통해 1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국악계 차세대주자 김정민양(25)이 이임례역을 맡아 출연하며 이병기역은 이씨와 이병기씨사이의 소생으로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계예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아들 이태백씨가 등장, 아들이 아버지를 연기하는 별난 예를 남기게 된다.
이 작품으로 데뷔하는 김양은 중앙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일반부에 차상을 수상한 소리꾼으로 이임례씨로부터 「서편제」를 제대로 구사하며 소리가 아름다워 만족스럽다는 평을 들은 재주꾼이다.
이일목감독은 『나 역시 아버지와 누이를 소리에 빼앗긴 과거가 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어버이들이 혈육도 버리고 소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소리의 참가치와 깊은 맛을 그려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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