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담박” 창작지향점 밝혀 「현대문학」 11월호는 김지하씨의 신작시 특집을 마련했다.
「일산시첩」이란 제목의 5편의 연작시는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서 일산 신도시로 이주한 시인의 근황과 시세계를 일러주는 시편들이다.
<일산 새집 들어 빈 방에 흰 빛 난다 진종일 눈부시고 매미소리 뼈만 남고 어둠 속 붉었던 살 자취 없다 먼 강물 핏속에 흐르나 나 이제 벌판에서 죽으리 흩어져 한줌 흙으로 붉은 빛.>일산 새집 들어>
작가는 시작 노트에서 『목동 살 때는 어둑하고 침침한 방 안에서 늘 삶을 생각하고 맑고 밝은 것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일산 새집에 이사와서는 환하고 투명한 햇살 속에 오히려 죽음과 어둠이 늘 곁에 와 서리고 내 몸은 마를대로 말라 뼈만 남은 듯하다』고 환경이 변하면서 느낀 생각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그는 또 『나는 이제껏 어떤 정서나 이미지에 너무 가까이서 몰입하거나 아니면 너무 멀리서 관조했다. 미친 듯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거나 혹은 아주 멀리 서서 구경하거나 무관심하게 묘사했다. 이젠 모든 이미지들을 공경해야겠다.…모시나 삼베 같은 꺼끌꺼끌하고 담박한 부드러움. 내 시의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청자에서 백자의 세계로!』라고 창작의 지향점을 밝혔다.
「김지하시전집」(솔간) 간행을 계기로 새로 시를 쓰기 시작한 김씨는 생명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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