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연속월드컵본선진출을 노리던 한국축구가 일본에 덜미를 잡혀 벼랑끝으로 몰렸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한국이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현재 선두를 달리는 일본과 사우디가 각각 이라크와 이란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다. 자력진출의 길은 사라졌고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과정을 되짚어볼 때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 많다.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경기종료 5분전 수비진의 실책으로 동점골을 내준 기억이 아프게 다가온다.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헤딩결승골을 허용한 순간은 차라리 악몽이었다.
반면 일본은 대회 초반 2게임에서 1무1패를 기록, 패색의 분위기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북한을 3―0으로 제압하더니 이번에는 한국을 1―0으로 따돌렸다. 남북한을 차례로 딛고 마침내 단독선두까지 치달았다. 무엇이 한일간의 위치를 이처럼 뒤바꿔 놓은것일까. 한마디로 정신력이었다. 궁지에 몰린 일본은 사력을 다했고 느긋하게 앉아있던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마지막 5분과 10초를 지키지 못했던 한국으로서는 죽음을 각오한듯한 일본을 당할수가 없었다.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역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불과 1년전 황영조의 질주를 생각해보자. 어느 누구도 주목지 않았던 한국의 황영조는 바르셀로나 몬주익언덕길을 일본의 모리시타와 나란히 숨가쁘게 뛰어올랐고 막판 역주로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했었다. 84년LA올림픽 유도 하프헤비급의 하형주도 기억해보자. 경기종료 45초를 남기고 유효를 빼앗기고 있던 하형주는 도복을 다시한번 질끈 동여맸다. 심호흡을 거듭한 하형주는 일본의 미하라를 매트에 꽂아넣어 밭다리후리기 절반을 성공시켜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무서운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극일에 성공한것이다. 신흥축구 강국으로 한국의 목을 죄어오고 있는 일본. 천운에 모든것을 떠맡긴 한국축구이지만 일본과의 축구대결은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다.
25일 도하에서 보여준 한국축구의 무기력으로는 앞으로 수없이 펼쳐질 한일대결에서 0―1의 재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 5분과 10초에도 최선을 다하고 목숨을 거는 정신력만이 한국축구를 강자로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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