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국회의장까지 총동원/“「부」자로 통일의지 보여달라”에 묵묵부답 오랜만에 본회의를 연 25일의 국회는 박철언·김종인의원 석방요구결의안 처리문제로 시종 긴장된 분위기였다. 투표함의 뚜껑이 열리자 여야의 표정은 엇갈렸으며 특히 여당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결결과에 얼굴이 굳어졌다.
○…표결에 앞서 제안설명에 나선 유수호의원(무)은 「증거불충분」「 표적수사」「여러분의 동료」등의 표현을 써가며 법적·감정적 차원에서 석방의 당위성을 호소, 마치 법정의 최후변론을 방불케했다. 실제 유의원의 제안설명은 법정에 낸 보석신청이유서의 내용과 거의 틀리지않았다는 후문이다.
유의원은 또『박의원은 3당통합의 산파역을 했고 3당통합이 있었기에 김영삼대통령의 당선이 가능하지않았느냐』고 역설, 장내에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유의원은 이어『김의원은 가인 김병로의 친손자로 광복의 충정어린 피가 흐르고있다』면서 『그 정도 위치에서 2억1천만원 정도를 자기주머니에 챙겼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이때 박희부의원(민자)이 『그 돈이 어디 작은 돈이냐』고 고함쳐 장내가 일시 술렁이기도 했다.
이어 표결이 진행됐고 표결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민자당부총무인 김인영의원이 미리 알아본 결과를 김영구총무에게 알리자 김총무와 김덕롱정무장관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반면 민주당의석은 「강건너 불구경」하는듯한 느긋한 모습이었다.
한편 박의원의 부인 현경자씨는 방청석에 앉아 표결을 끝까지 지켜보았으며 표결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것 같다』고 말했다.
○…표결결과가 나오자 민자당지도부의 표정이 이내 어두어졌다. 최소한 20여표, 많으면 30표이상의 반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표결에 들어가기전 한결같이『별 문제 없을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행정부각료로 나가있는 소속의원과 국회의장까지 표결에 총동원한 걸 보면 민자당의 긴장도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어렵지않게 짐작이 간다.
표결이 끝난뒤 민자당은 김종필대표방에서 긴급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표결결과에 대해 숙의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있었고 좀처럼 입을 열려하지 않았다. 『김대표는 앞으로 더 잘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측에 표결내용을 직접 알려준 김영구총무의 얼굴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강재섭대변인은 유달리 말을 아끼면서 『김의원문제가 박의원건보다는 비정치적이어서 동정표가 더 나온것같다』고 해석했다. 이에앞서 민자당은 본회의시작전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어 『모두 힘모아 결의안을 부결시키자』며 표단속에 부심했다. 김대표는 인사말을 통해『지금은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판단해야 할 때』라면서『총재의 개혁의지에 맞는 방향으로 표를 던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성호수석부총무가『통일된 의지로 부자를 써달라』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고 10여분도 못돼 회의는 끝났다.
○…민주당은 박·김의원 석방요구안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공식논평을 자제하는등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대다수 민주의원들은 그러나 헌법에 보장돼 있는 국회회기중 의원의 불체포및 면책특권에 따라 석방요구안 부결은 국회권리의 포기라는 원칙을 내세우며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기택대표는 부결결과가 나오자 다소 못마땅한표정을 지었으나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고 김덕규사무총장은 『민자당이 스스로 국회고유권한을 포기했다』면서『개혁시대에도 여당의 변화를 기대하는것은 무리였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한편 민주당은 민자당내에서 최소한 20∼30표의「반란표」가 나온것으로 파악되자 이를 내심으로 반기는 모습이다.【신효섭·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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