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 전력시비 맞물려 갈등 증폭 민자당이 내。의 증세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10여일간 당을 시끄럽게 했던 유성환의원의 「김윤환의원 전력시비발언」파문은 25일 의원총회에서 누구도 이를 거론치않는것으로써 외면상 일단락됐다. 계파간의 분열상이 표면화될것을 우려한 당직자들이 나서서 장본인인 유의원의 말을 막아버렸으나 이 문제는 아무런 매듭없이 억지로 덮어둔것이지 불씨는 여전히 남겨두었다.
여기에다 민주계 중진가운데 유의원과 가까운것으로 알려진 최형우의원이 지난 23일 TV토크쇼에서 얘기한 「차기당대표 자질론」이 알려지면서 당내 분위기는 마치「불씨에 기름을 부은꼴」이 돼버렸다. 애당초 유의원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이유도 내년 5월의 전당대회를 겨냥한 사전포석이라는게 민정·공화계의 생각인데 최의원의 얘기도 민정·공화계를 배제하려는것처럼 들렸기때문이다.
유의원은 25일 국회에 나와 『내가 의원총회에 참석하면 기분나빠할 사람이 있을것같아 안나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황명수총장이 유의원의 참석을 적극 제지했다.
당수뇌부는 유의원 발언문제가 터졌을 때부터 민정계의 강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사태수습을 해왔다. 민주계인사들도 모임을 갖고 『지금과 같은 시기에 유의원의 전력시비발언은 적절치않다』는데는 의견을 같이 했으나 심정적으로 유의원의 생각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적극적인 제동을 걸지않는것도 사실이다. 수습의 책임을 맡은 황총장의 경우도 유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영삼대통령의 뜻이라며 질책하기는 했어도 민정계의 주장대로 유의원으로 하여금 사과나 유감표명을 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유의원의 발언에 공감하고 있는 민주계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의원의 「차기대표자질론」은 간신히 참고 있는 민정·공화계의 감정을 더 상하게 만들었다. 최의원은 자신이 당대표로 지명되지않을것이라는 전제아래 『민자당의 차기대표는 역사관이 투철하고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하며 또 개혁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될것』이라고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당대표의 자질문제를 꺼냈다. 자신의 발언이 당내에서 여러가지 해석을 낳게되자 최의원은 『내 말은 어느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의식해서 한것이 아니고 원칙론적인 얘기』라며 『개혁을 해나가는 마당에 집권당대표로는 당연히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공화계쪽에서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않는 것같다. 특히 공화계인사들은 최의원의 말은 내년 전당대회에서 김종필대표의 재지명을 배제하려는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대표의 한 측근은 『어느때보다 당내화합이 중요한 이때에 사무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당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흠집을 내는등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또 일이 이렇게 번지자 당초 유의원의 발언을 애써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것으로 믿고 싶어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배경이 있는 발언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가뜩이나 유의원 발언의 배후로 최의원을 의심하고 있던 차에 최의원이 문제의 핵심을 짚고 나왔으니 틀림없는것아니냐는 얘기이다.
물론 민주계나 최의원측에서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옛날 국시론 발언에서도 나타났듯이 유의원이 워낙 고집이 세어서 주위에서 뭐라고 할 수 없다』며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설사 민주계의 주장대로 우연한 일이 겹친것에 불과하다 해도 내년 5월을 노린 민자당내의 계파간 힘겨루기는 이미 활시위를 떠난 것같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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