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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희단 거리패 「바보각시」/김윤철 세종대교수(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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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희단 거리패 「바보각시」/김윤철 세종대교수(연극평)

입력
1993.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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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못한 전통의 수용 「우리의 전통이 지금 여기―도시로 내려왔다」

 부산 「연희단거리패」가 극단 「산울림」의 초청을 받아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바보각시」의 캐치프레이즈다.「바보각시」는 민간설화인「살보시설화」를 오늘의 유사사건과 중첩시켜 해체―재구성― 통합의 구조를 통해서 이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언하려는 시도의 공연이다.

 「살보시설화」에서는 어디서 왔는지 알수없는 한 여인이「마을의 장가 못간 머슴, 병신, 문둥이, 홀아비등 세상으로부터 소외받은 사내들에게」몸을 베풀었다가 마을에서 추방당하고 마을사람들은 한 식경이 지나서야 그녀가 산 부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보각시」에서는 신도림 역전일대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출처 모를 여인이 단골손님들에 의해 임신을 하지만 그 모든 남정네들로부터 버림을 받아 죽은뒤 동자상을 품에 안고 새로운 고해의 여행을 떠난다.

 살보시설화가 부처의「베품」이라는 종교성을 강조한다면「바보각시」는 인간들의 죄성을 부각시킨다. 여인의 인심이「베품」대신「집단강간」에 의한것임을 둘째 장면의 탈놀이가 짙게 암시하고 있는것이다. 작가 이 시대인들의 도덕성을 그렇게 진단한것이었다. 뒷 스크린의 복판에 그려진 길안내표시도 작가의 사회관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이를테면 그 하단에는 실직청년, 취객, 소외자, 파출소장등의 포장마차 단골손님들이 살고 있음직한 동네가 표시되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다미안 선교회, 오른쪽으로 가면 영등포정신병원, 곧장 내려가면 세말시다. 한결같이 맹신과 편집과 방향상실로 미쳐버린 종말론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주거지와 다름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사내들로 하여금 바보각시의 행려에 탈을 벗어 참회하게 함으로써 애써 도덕적 구원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의미있는 실험이었지만 이 공연은 글쓰기와 무대만들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바보각시와 단골손님들의 관계가 극안에서 필요충분하게 확립되지 않은것이다. 그 결과 작가가 그리고자했던 그녀의 희생적인 사랑의 베품이 제의미를 확보하지 못했다. 오히려 집단폭행에 의해서 희생된 한 여인의 불행을 다룬 단편적 사건으로 축소될 위험마저 보였다.

 「연희단 거리패」의 텃광대들이 빠진채 어린 단원들로 꾸민 탓인지 무대가 몹시 거칠게 느껴졌다. 자작연출의 이윤택도 포장마차 위에 돛배를 올려 바보각시의 새로운 항해를 숭엄하게 장식한것이라든지 꼭두를 이용해 뮤직박스 장면의 희극성을 높인 처리등에서는 빼어난 동의 미학을 보였지만 정의 미학에서는 무력했다. 정의 역동성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질때 이윤택의 연출은 탈각의 발전을 이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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