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꿈꾸는 러시아 40대기수/지지도 33%… 옐친제치고 1위 러시아인들은 그동안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보리스 옐친대통령에 대해서는 『옐친 이외에는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해왔다. 그러나 10·4 유혈사태를 겪으면서 러시아인들은 옐친을 대체할 새로운 지도자탄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리 야블린스키(41). 검은 고수머리가 인상적인 경제학자다. 그는 이미 지난 6월 차기대통령선거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그의 인기는 꾸준히 올라갔다. 지난달 러시아여론조사기관인 「므네니에(의견)」가 실시한 정치인 인기도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인물로 부상했다. 옐친대통령은 25%, 루츠코이부통령은 21%, 가이다르부총리가 19%의 지지를 받은 반면 그는 33%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야블린스키의 공직경험은 90년 고르바초프전소련대통령 밑에서 단95일동안 부총리를 지낸것이 전부다. 소련경제를 살리기 위한 「5백일 경제개혁안」이란 당시로는 획기적인 개혁안을 내놓았다가 고르바초프가 받아들이지 않자 미련없이 부총리직을 버렸다. 그는 모스크바를 떠나 니즈니 노보고로드시에서 시자문위원으로 자신의 개혁안을 실행에 옮겼다. 덕분에 노보고로드는 현재 러시아시장경제개혁의 전시장으로 변했다.
러시아국민들은 야블린스키를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인물」로 생각한다.
야블린스키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옐친의 개혁보다 더 야심적인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첫째는 러시아의 지역통합이다. 둘째가 완전한 사유재산제도입이고 마지막이 루블화를 호환성있는 진짜 화폐로 만들자는것이다. 이 모든것을 힘이 아닌 국민적 합의하에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블린스키의 가장 큰 약점은 유태계 냄새가 나는 그의 이름이다. 우크라이나출신의 그가 내년 6월의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완강한 러시아민족주의의 벽을 넘어야 한다. 그의 정치역량은 12월 의회선거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어떤 형태로든 총선에서 민족주의자들과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정치권의 권력투쟁에 신물을 내면서도 대체인물을 찾지 못했던 러시아국민들이 이제는 『옐친이 아니라도 러시아개혁을 수행할 지도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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