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편은 지난 여름 러시아 여행에서 북한산 꿀삼 두병을 사왔는데,차를 만들어 마실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고 말한다. 나도 그의 증세가 옮겨와 꿀삼차를 마실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북한산 꿀삼차를 마시며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그것의 값이 단돈 1달러라는 사실 때문이다. 갈색 유리병에 든 3백50짜리 그 귀한 보약이 러시아에서 1달러에 팔리고 있었다는것, 그 사실이 상징하는 북한의 오늘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개성 고려 원형꿀삼」이 들어있는 파란 종이갑에는 「개성 고려 내츄럴 허니 인삼」이란 글이 영어표기로 인쇄돼 있고,소련어로도 적혀있다. 제조원은 「만년제약공장」, 만든날짜는 91년 9월이다. 제품과 사용법 설명이 한글·영어·소련어로 적혀있는데 우리말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 제품은 인삼의 고향으로 불리우는 세계적인 인삼의 명산지,개성에서 나는 고려인삼을 천연꿀에 재워 만들었습니다. 먼저 꿀을 한번에 5∼10㎎씩 하루에 2∼3번 빈속에 먹습니다. 남은 인삼을 한번에 약 3씩 하루에 2∼3번 먹습니다. 제품은 서늘하고 마른곳에 보관합니다.>이 제품은 인삼의 고향으로 불리우는 세계적인 인삼의 명산지,개성에서 나는 고려인삼을 천연꿀에 재워 만들었습니다. 먼저 꿀을 한번에 5∼10㎎씩 하루에 2∼3번 빈속에 먹습니다. 남은 인삼을 한번에 약 3씩 하루에 2∼3번 먹습니다. 제품은 서늘하고 마른곳에 보관합니다.>
병안에는 실뿌리가 그대로 매달린 어린 인삼들이 꿀에 재워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셨는데, 가공의 차이인지 품질의 차이인지 인삼과 꿀의 냄새가 우리것보다 진한 편이다.
종이갑의 디자인은 세계시장의 존재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우리식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포장따위에 돈들이지 않고 소박하게 하려는 뜻은 좋은데, 디자인까지 해방직후에 머물러 있다. 『물건을 만들줄은 알지만, 파는법을 모른다』는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어제 남과 북은 판문점에서 만나 특사 교환문제를 논의했다. 유감스럽게도 이제 남과 북의 접촉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니다. 그동안 남과 북이 수없이 만났으나 이산가족문제 하나도 풀지 못했고, 북한이 「개방공포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어떤 본질적인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것을 대부분의 국민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핵에 대한 대응은 북한 당국자들에 대한 불신을 더욱 깊게 하고있다.
우리집 식탁에 놓여있는 북한산 원형꿀삼은 한국의 자랑인 개성인삼이 언제쯤 세계시장에서 제값을 받을수 있을까 라는 풀길없는 의문을 갖게 한다. 북한당국은 하루빨리 문을 열고 「제값 받는법」을 배워야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혁명적으로 투쟁하는 삶」을 강요받아온 인민들에게도 「제값 받는 삶」을 되돌려줘야 한다.
오늘 이 지구상에서 국민의 식생활을 해결하지 못한 나라는 다섯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그 나라중의 하나가 북한인데, 김일성·김정일은 위선에 가득찬 억지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남북의 대표단이 서울과 평양을 아무리 오가도 그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 국민들이 주목하는것은 실질적인 진전이 언제 이루어지느냐, 북한이 과연 개방의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는것 뿐이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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