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등 추천 30여종 본보기 진열/도로 투표함설치… 2년째 의견수렴 보도블록 한 장도 시민들의 의사로 결정한다. 전통과 예술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얘기다.
프랑스 북부 인구 18만의 작은 도시 릴 외곽 한 모퉁이에는 갖가지 보도블록이 예술전의 전시품처럼 길바닥에 깔려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도시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고속열차 TGV의 영불해저터널과 유럽통합노선이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시발역이 건설되는 길목이다.
파리까지 연결되는 TGV북선을 지난 5월 개통시킨 릴시는 30여만평의 대규모 신역세권(역세권)시설 유라릴(Eural Ille)을 88년부터 건설하기 시작,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열중하고있다. 유라릴에는 역사뿐만 아니라 1만6천6백여평의 사무실용 빌딩, 1만여평의 상가, 3개의 호텔, 백화점이 들어서고 3만여평의 녹지공간도 조성된다.
릴시가 유라릴을 조성하면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본보기로 내놓은 보도블록만도 30가지. 개성이 강한 프랑스 국민들처럼 다양한 보도블록은 외국인들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리석으로 갖가지 모양을 낸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무로 된것만도 6가지나 된다. 1백여평 조금 못되는 보도블록 진열거리 옆에는 「미래에 이 도시의 길을 이용할 사람들은 시민 여러분입니다. 자유로이 선택하십시오」라는 게시판이 세워져 있다. 함께 설치된 투표함은 2년째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시당국은『도시의 주인은 시민이기 때문에 이같은 과정은 당연한것』이라고 설명한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민주적 과정을 거쳐 결정될 보도블록은 새로 건설될 광장 골목길 산책로등 1천6백여평에 깔려 앞으로 1백년이상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릴시에는 매년 30만명 내외의 세계각국 도시계획관계자들이 첨단 역사건설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이들은 보도블록 한 장에서도 철저히 지켜지는 민주주의와 예술감각을 배우고 간다. 하찮은 보도블록 선택문제도 우리의 모습과는 무척 대조적이다.【릴시(프랑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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