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인격대우·공정성 높여/교도위주… 집행유예판결 많아/“양심판결보다 판례의존” 비판도 법정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제12대 윤대법원장이 「새 시대 새 사법부」를 천명한 뒤 법관들이 지난 날의 왜곡된 권위와 위세에서 탈피해 국민들을 위한 진정한 사법부로 거듭 나려는 노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 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량삼승부장판사)는 시위과정중 경찰을 때려 특수공무집행방해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단국대 총학생회장 김용지피고인에 대한 선고를 이례적으로 연기했다. 결심공판에서 김피고인과 국가보안법의 존폐여부를 놓고 40분간이나 토론을 벌였던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김피고인이 「사상의 자유등 자유권은 공공복리 및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의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아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주기위해 선고를 다음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5,6공화국시절 시국사건 피의자들이 연행단계부터 법으로 보장된 변호인 접견이 금지되고 법정에서 조차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피력하지 못한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에 대해 량부장판사는 『앞으로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측의 변론을 최대한 보장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왜 실정법에 저촉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일 425호 법정에서 열린 형사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도 군림하는 재판부가 아닌 국민을 위한 재판부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피고인들에 대한 반말행위나 모욕적인 언사등 비인격적인 요소들이 사라진 대신 그들의 잘못을 엄중하게 질책하거나 훈계, 충고하는 진정한 권위를 가진 재판부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또 유명대학 특수대학원생들의 논문대리작성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선민피고인(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등 17명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직장도 잃게 될 뿐더러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할 수 없다』는 정상론을 펴 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선고하는등 교화 가능성이 있는 피고인들은 과감하게 석방함으로써 처벌위주보다는 교도위주의 재판을 진행시킨 점도 종전과 다른 점이었다.
19일 형사지법 422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선고공판에서는 재판부가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수피고인에 대해 『검사가 피고인의 진술조서를 소홀히 한 점등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과거보다 더욱 엄정하게 검토해 억울한 피고인을 최대한 구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였다.
재판부의 이러한 거듭나기노력에 따른 법정분위기 쇄신에 대해 서울변호사협회소속 계경문변호사는 『재판의 과정들이 전보다는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는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재판부가 세밀한 심리를 진행한 뒤 판결을 내릴때는 아직도 종전의 관례나 판례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법정을 찾은 신호승씨(28·성균관대졸)도 『피고인에 대한 인격적 대우, 절차상의 공정성등의 측면에서는 전보다 나아진것을 법정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법관은 판결로 말하는 만큼 시국사건같은 경우에 권위주의정권시절과는 달리 양심에 입각한 판결을 내린다면 국민들은 진심으로 재판부를 신뢰하게 될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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