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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이 밀고 끄는 기술입국/김호길 포항공대 학장(월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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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이 밀고 끄는 기술입국/김호길 포항공대 학장(월요논단)

입력
199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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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통일과 구소련의 와해로서 세계는 수년전부터 정치이념 대결시대에서 경제전쟁시대로 이행하고 있으며 그리고 경제에서의 핵심이 현대에 와서는 자원보다 기술에 있는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기술발전 운동을 제2의 독립운동이라 부르는 인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기술발전 문제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기술이 중요하다는것은 어느정도 국민간에 인식이 되고있지만 정부에서 기술발전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이 있고 최우선순위로 힘쓴다 할때 어떤 정책이 알맞은 기술발전 정책인가 하는것을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란  인간이 자연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변조 가공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따라서 기술발전이란 기업체에서 상품을 만들수있는 인간능력의 신장을 의미한다. 인간능력의 신장촉진을 우리는 교육이라 부르며 교육에는 학교교육과 현장 또는 사회교육으로 나눌수 있다.

 기술이 과학적 바탕을 가지지 못했던 시대에는 기술발전을 위해서 학교교육이 필요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기술 교육과 발전과 축적이 이룩되었다. 19세기이후 많은 기술들이 과학적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기술이 되면서 고급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기초지식과 능력을 쌓은 후 현장에서 경험과 교육을 통하여 기술인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을 밟게된다. 최근에 와서 대학에서 이룩하는 과학연구결과가 바로 기업의 자산이 되고 기업기술로서 볼수 있는 경우가 생겨나지만 기술은 역시 대학보다 기업에 본산을 두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술이 상품을 만들수 있는 능력이고 기술발전이란 인간능력의 신장이라 본다면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기초능력을 쌓는 학교도 필요하고 기술을 개발 전수 축적시키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 기초능력을 기르는 학교교육이 불실할때는 그 결과가 곧 기업에 부담을 안겨주게 되고 또한 학교교육이 아무리 기실해도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학문은 발전될수 있어도 기술이 축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이 있어주어야 하는것이 첫째 조건이고 그 다음 기업에 필요한 교육받은 인력을 공급하는 내실있는 교육기관이 있어줘야 할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은 1980년대까지 자체기술보다 미처 소화하지도 못한 도입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개척과 자금 및 인력관리를 중요시한 시기였기 때문에 기술교육을 받은 사람을 기술자보다는 관리자로 활용했으며 따라서 기술이 발전될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였다. 동시에 정부에서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과 대학원교육에 힘을 쓰지 않아서 소수기업에서 기술에 중점을 두었어도 도입된 기술을 소화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술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80년대말부터 기업들이 기술도입에 장벽을 인식하고 자체기술 발전에 노력하기 시작했으며 연구개발 예산도 정부의 예산보다는 훨씬 많은 자금을 대기업들이 책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기술발전을 위해서 힘써야할 방향은 기업을 직접적으로 돕는 일보다 기업이 필요로 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고급인력의 질적향상에 힘쓰고 동시에 인력양성을 겸하며 응용의 바탕이 되는 기초연구에 힘을 쓰는것이 바른길일것이다.

 기술발전은 고급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이 있는 가운데서 고급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이 있어줘야하며 기술을 중요시하는 풍토,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정부와 기업의 인사정책 가운데 이룩된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기술문제에 기업과 정부가 단기적 처방에 급급하여 기술인력 양성과 기초능력 배양의 장기적 안목이 결여되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볼 일로 생각된다. 기술은 문화의 일부이고 기술에서 선진은 나라 전체의 선진임을 인식하고 정책이 보다 더 장기적 안목에서 이룩될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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