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의욕쇠퇴 전국토 놀이터화/허리띠 졸라매 2등국 전락막자” 경기부양을 위해 21일 주요금리를 전격인하하면서 헬무트 콜독일총리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어조로 독일국민들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콜총리는 이날 독일전국에 생중계된 의회연설을 통해 신랄한 어조로 독일국민은 자만과 허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자고 강력하게 호소, 유럽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랑스등 유럽의 주요언론들은 콜총리가 금리인하라는 선물을 유럽에 주면서 자국민들을 질타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콜총리의 연설요지는 독일은 현재의 국가경쟁력과 장래성에서 미국, 일본에 뒤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2등국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후 서독의 재건때처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것이다. 이른바 「독일개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일반적인 경제상황은 다른 유럽공동체(EC)국가에 비교해서는 훨씬 나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간산업에서의 급속한 실업증가, 기업경쟁력 및 생산성저하, 노사문제, 고임금등 여러요인 때문에 독일은 전후최대의 경제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통일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독일은 물론 독일의 금리와 구조적으로 연동된 다른 EC국가들에도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프랑스의 경우 독일의 경제상황 호전여부가 내년 총선의 가장 큰 쟁점이 될 정도이다.
콜총리의 연설은 지난달초 독일정부가 발표한 신경제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독일정부는 노동시간의 탄력적인 운용, 공무원의 근무시간 연장, 공휴일 단축, 대학교육연한 축소, 사회보장제도의 손질, 세수확대, 기업민영화등 여러방법을 통해 기업과 가격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을 마련했었다.
콜총리는 연설에서 『독일인들은 여가시간을 늘리는것 이상 중요한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면서 『독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전국토를 레크리에이션장으로 만들수는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현재 독일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통일에서 파생됐다는 지적을 단호히 거부했다. 콜총리는 『오늘의 문제는 이미 통일이전 서독에서부터 비롯된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돈을 분배하는 문제보다 중요한것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로전자분야에 대한 특허를 예로 들며 독일의 경쟁력이 얼마나 뒤져있는가를 설명했다. 87년부터 92년까지 일본은 1만7천4백8건에서 2만3천82건으로 특허출원 건수를 높인 반면 독일은 2백89건에서 1백81건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도 이 기간동안 두배가 늘어났으며 아시아와 중남미, 동구에서 수출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은 1년에 6주의 휴가와 12일간의 공휴일을 즐기며 한 주에 평균 37.5시간만을 일한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노는 국민이다』고 비판했다.
이날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예상보다 일찍 재할인및 롬바르트금리인하(각각 0.5%) 조치를 단행한 것은 경기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있는데 자극받은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금리인하로 숨통이 트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베네룩스3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아일랜드등 유럽 9개국도 주요금리를 인하, 경기부양을 기대하게 됐다. 이에따라 런던과 파리, 프랑크푸르트등 주요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가 곳에 따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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