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지역안보·경제 공조논의/정통성바탕 대등한 외교 과시 김영삼대통령의 내달 미국방문은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상호 국내적 개혁무드에 맞춰 한차원 격상시키고 우리나라의 국제적위치를 아태지역의 핵심자리에 착근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한반도 주변은 북한의 핵문제가 막바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중국의 핵폭탄 실험재개, 러시아의 핵폐기물 동해투기등으로 탈냉전시대 이후 초미의 국제적 관심이 집중돼있는 상황이다.또 세계의 경제권이 태평양연안국으로 이전하면서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의미가 서방선진7개국(G7)협의회의 비중에 버금가게 부상된 시점은 한미정상회담과 김대통령의 APEC지도자회의참석의 의의를 충분히 가늠해주고 있다.
김대통령은 내달 21일부터 24일까지 워싱턴에 머물면서 클린턴미대통령과 두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7월 서울의 정상회담이 양국간 원론적인 우호관계의 확인이라면 이번 워싱턴회담은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협력구조 구축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21세기를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를 확인한뒤 ▲북한핵문제와 중국·러시아의 핵상황에대한 양국간 협력방안 ▲한미경제협력대화기구(DEC)를 통한 포괄적인 경제협력문제 ▲아태지역에서의 양국간 안보 및 경제의 공동대응방안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게될 것이다.북한핵문제는 그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가닥이 잡혀있을것이 확실하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한다면 미·북한간의 관계개선문제로, 그렇지않을 경우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문제로 양국정상간의 구체적협력방안은 더욱 절실해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 클린턴대통령의 방한때 발족시킨 DEC는 양국간 통상 산업 금융 기술등 모든 분야의 경협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로 약속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문제가 깊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측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에게 추가적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해올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우리측 부담이 정상회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될것으로 예상된다.
아태지역 공동대응방안에는 클린턴대통령이 제창한「신태평양공동체」와 김대통령이 제의했던 「아태집단안보대화」를 이번에 개최되는 APEC의 경제적 역할과 묶어내어 한미일을 중심으로하는 아태지역의 집단 안보 및 경제협의체를 구성하는 문제가 논의될것으로 보고있다.
김대통령은 워싱턴정상회담에 앞서 19일과 20일에는 APEC지도자회의에 참석,공식적인 회의외에 각국 지도자들과 개별연쇄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이번에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지도자로는 강택민중국국가주석과 수하르토인도네시아대통령등으로 특히 강택민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커다란 주목을 받을 게 확실하다.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북한핵문제외에도 동북아지역에서의 안보 및 경제협력문제는 물론 국제관계에서의 양국간 공조체제 모색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이같은 가시적 의미외에도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 정권들이 정통성 부재에 대한 취약점 때문에 「미국의 대한정권지지와 우리의 대미양보」의 모양으로 방미가 스스로의 한계점을 갖고있었으나 이같은 취약점이 완전히 청산된 상태에서 이번 방미가 이뤄졌다는 데서 확인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위상을 바탕으로 시애틀에서도「아태지역의 경제협력증진 방안에 관한 비전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는것을 계기로 신한국의 이미지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취임후 첫 해외나들이로 「YS외교」의 문을 열기 시작한 김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향후 문민정부의 국제적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뚜렷한 시험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정병진기자】
◎아태경협 각료급 협의기구
▷APEC◁ 아태경제협력체(APEC)는 89년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체 창설을 합의한 뒤 역내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 그해 11월 6일 정식발족됐으며 91년의 서울회의에서 기구의 성격이 규정됐다.
당시 회원국은 우리나라와 호주 미국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등 12개국이었으나 91년 11월 중국과 대만 홍콩이 동시에 가입, 현재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역내 경제협력을 위한 각료급 협의기구이다.
이번 미시애틀에서 개최되는 APEC지도자회의는 미국이 아태지역의 경제와 정치 안보를 총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협의회의 발족을 염두에 두고 각료급에서 격상,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석하자고 제의함으로써 이뤄졌다. 이러한 APEC지도자회의가 정례화될 경우 유럽중심의 선진서방7개국(G7)회의와 함께 국제적 양대 협의회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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