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산계상 대안없어”/재정개혁·고통분담·물가 등 이유/농수산부·민자도 입장정리 못해/국회절충 기대… 3% 넘지않을듯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김동희단국대교수)가 금년도 추곡수매량을 9백50만∼1천만섬으로 늘리고 수매가를 9∼11% 인상해야 할것이라고 정부에 건의한데 대해 예산당국인 경제기획원이 「수용 불가」입장을 23일 공식표명했다. 기획원은 내년예산안에 계상된 「수매량 9백만섬(정부직접수매 6백만섬·농협수매 3백만섬), 수매가 동결」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농업정책의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는 양곡유통위의 건의가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다할 공식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고 민자당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농협(1천1백만섬 13.9%이상) 전농(1천2백만섬 16.8%이상)등 농민단체들은 유통위보다도 더 과다한 요구를 하고 있다.매년 가을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러지고 있는 「추곡진통」이 올해는 과거 어느해보다도 더 클것으로 예상되고 있는것이다.
경제정책을 총괄지휘하고 있고 사실상 돈자루(예산편성)를 쥐고있는 경제기획원은 유통위의 건의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입장이다. 경제기획원의 이석채예산실장은 『내년도 예산편성시 「수매량 9백만섬, 수매가 동결」을 전제로 1조1천4백30억원을 추곡수매자금으로 책정했다』며 『수매가를 인상시키려 할 경우 수매량을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이실장은 또 『냉해농가에 대한 보상은 추곡수매와 별도로 적극 검토할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원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재정개혁이다. 정부는 양곡관리제도를 개선, 적자투성이(누계 6조9천억원)인 양곡관리기금을 내년에 폐지하여 추곡수매재원을 예산에서 직접 부담키로 했다. 양곡증권발행 중단으로 추곡수매예산을 늘리면 다른 부문의 예산전용 또는 추경예산편성등 예산수정외에는 뽀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1백만섬 추가수매에 따른 소요자금이 2천6백12억원이나 된다. 과거에는 양곡증권을 발행하여 재원을 조달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었다. 둘째는 기존의 경제정책기조와의 조화다. 정부는 공산품가격동결유도 임금인상억제 공공요금동결등 강력한 고통분담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민만 예외로 할 수는 없는 형편인것이다. 셋째는 물가관리상의 어려움이다. 추곡수매가는 근로자임금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5.34%)도 큰 편이다. 기획원당국자는 『유통위의 수매가 건의안은 수매가와 산지쌀값의 격차를 늘려 민간유통기능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근로자임금등 여타 물가에도 악영향을 끼칠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매가를 9∼11% 인상할 경우의 쌀수매가는 가마당(80㎏ 2등품) 13만7천7백30∼14만2백60원으로 산지쌀값(10만3백10원)과 3만7천4백20∼3만9천9백50원의 격차가 생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될것 같다. 추곡수매에 대한 국회동의과정에서 절충안이 나올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매가인상률은 3%(정부투자기관 임금인상가이드라인)를 넘지 않을것으로 예상된다.【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