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추궁에 증인 끝내 “항복”/수감기관 직원들 야유 소동도/신상발언 의원 원인모를 눈물
23일로 막을 내린 올해의 국정감사는 예년과는 달리 정책감사가 정착될수있는 바람직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20일간의 대장정이었던 만큼 이와 상반되는 뒷얘기도 무성하다. 각종 기행과 기언이 올해에도 화제에 올랐으며 돌출발언에 돌발폭력이 가세하기도 했다.
○…22일 재무위의 재무부감사에서 최두환 박은태 두 민주당의원끼리 주먹다짐을 벌인 사건은 이번 국감의 최대 해프닝으로 부각됐다. 사건은 이날 상오 최의원이 홍재형재무장관에게 20여분간 보충질의를 벌이자 박의원이 『혼자서 크리스마스때까지 할거냐. 나도 질의 좀 하자』고 공박하면서부터 시작됐다.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자임하던 최의원은 일순 당황, 『국회운영도 모르면서…』라고 심한 표현을 썼다. 간사인 최의원이 평소 질의순서배정에서 홀대한다고 불만을 가져온 박의원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이후 두 의원이 대면을 피해 별일 없었으나 하오5시께 정회중 장관실에서 우연히 만나 격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급기야 주먹싸움까지 하게됐다. 다른 재무위원들은 『의욕과잉이 빚은 참사이며 옥의 티』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국방위의 지난 14일 공군본부 감사에서 윤태균의원은 같은 민자당 소속인 곽영달의원의 질의내용을 문제삼아 핀잔을 주는가 하면 그다지 적절치도 못한 비유를 들어가며 공군당국자들을 윽박지르는데만 열중해 눈총을 받았다.
윤의원은 이날 민주당의원들이 한국형전투기사업(KFP) 기종변경과 관련, 공군당국의 소신없는 태도를 잇달아 비난한 직후 발언권을 얻은 곽의원마저 『자신이 원하는 전투기를 고집해 관철하는 공군이 돼야한다』고 공군출신 「선배」로서의 충고를 하자 옆에 있던 권익현의원에게 『저 사람 기합을 좀 줘야겠어』라고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시큰둥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질의에 나선 윤의원은 예의 투박한 어투로 반말을 섞어 『예쁜 애인도 남들이 자꾸 밉다면 밉게 보인다』며 『대통령께서 F16이 좋다고 얘기한것은 지금 애인이 괜찮으니 결혼해 잘살라는 지상명령』이라고 이상하게 비유했다.
윤의원은 또 『F16을 가지고 MIG29 아니라 어떤 전투기와도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정신력이 중요하다』면서 『그럴 자신이 있는 거요, 없는 거요』라고 즉답을 요구, 억지답변을 끌어내고는 『그래야 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22일 상공자원위의 무역특계자금 운용과 관련한 증인신문에서 홍성좌대한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신기하 박광태의원(민주)의 소나기성 추궁을 2시간 가까이 잘 견뎌내다 증인신문이 종료되기 직전 무릎을 꿇고 말았다.
홍부회장은 이날 신의원이 1시간 30여분동안 법정에서의 증인신문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몰아가기식 질의를 퍼부었는데도 어물쩍 답변으로 버티며 무역특계자금의 전용사실을 좀체 시인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신의원이 무역특계위원회의 예산심의 전에 작성된 상공자원부의 특계자금 운용예산안과 상공자원부 직원들의 해외연수등에 자금이 지출되고도 이를 무협예산에 은닉한 증거서류들을 들이대면서부터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뒤이어 박의원이 나서 비슷한 추궁을 계속하자 홍부회장은 지친듯 하나하나 사실을 시인하기 시작했고 『결국 특계자금은 동네돈이어서 먼저 보는 게 임자라는 얘기가 사실아니냐』는 추궁에 그만 『사실이다』고 답변하고 말았다.순간 감사장에는 웃음이 터졌다.
○…지난 18일 교육위의 서울교육청감사에서는 장영달의원(민주)이 증인신문을 하던중 수감석에 배석했던 교육청직원들이 야유를 보내는 바람에 정회소동이 빚어졌다.
장의원이 서울영일국민학교의 앨범제작비리를 고발한 주필숙교사의 해임과 관련, 영일국교 김관학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주교사를 해임하기위해 징계서류를 날조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다그치자 배석했던 교육청직원들은 『우』하고 야유를 보냈다. 이에 장의원이 『이런 분위기에서는 감사를 할 수 없다』고 격렬히 항의, 감사가 중단됐다. 10분간 정회후 조순형위원장은 『국회의원의 증인신문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엄중경고를 했고 이준해교육감도 정중히 사과를 해 가까스로 사태가 수습됐다.
○…문공위에서는 재야출신 박계동의원(민주)의 「과욕」이 연일 화제에 올랐다. 정부출자 언론기관에 대한 감사를 강력히 주장해온 박의원은 지난 18일 방송위원회 감사도중 동료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오세응위원장(민자)에게 커피를 끼얹는 「무례」를 범했다.
박의원은 다음날 KBS및 방송문화진흥회 감사에서는 오위원장에게 의사일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다 감사끝무렵 불쑥 『나는 이제 항복을 선언한다』는 내용의 신상발언을 한 뒤 눈물을 흘려 주위를 당혹케했다.【이계성·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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