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워싱턴」결정싸고 한때 진통 한미양국은 정상회담 일자와 장소를 놓고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측은 당초 김영삼대통령의 워싱턴방문과 양국정상회담을 다음달 14∼17일로 잠정결정, 다음달 18일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5개국 정상회담 이전에 한미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했었다.
그러나 미국측은 내달 17일 하원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표결하고 클린턴대통령이 전국의료보험제도법의 의회통과여부로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1주일 연기해줄것을 요청, 김대통령의 워싱턴방문과 정상회담 일정은 결국 21∼23일로 조정됐다.
장소문제도 한국측 요구대로 시애틀이 아닌 워싱턴으로 결정되긴 했어도 백악관측은 회담장소를 워싱턴으로 결정할때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은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시애틀 APEC회담에 참석하는 아시아 각국정상들이 모두 워싱턴에서 개별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했지만 미국측이 모두 거절했기 때문에 한국 하고만 따로 워싱턴에서 개별회담을 갖기가 껄끄러웠다는 후문이다.
워싱턴 개별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주미한국대사관은 22일 백악관이 유일하게 한국국가원수만 초청하자 『지금까지 미일외교의 종속변수로만 작용하던 한미외교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증거』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로 들떴다.
백악관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을 제치고 워싱턴에서 한미 개별정상회담을 갖기로 결정한데 대해 『클린턴행정부의 새 아·태정책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클린턴대통령과 김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신뢰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한것으로 알려졌다.
지난7월 서울 방문 당시 클린턴대통령은 김대통령의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우아한 대접」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휴전선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어려움과 안보노력을 재확인했다는것이다. 한국측 의전관계자들은 『당시 클린턴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여러차례 방미를 당부할때 그것이 진심이었고 워싱턴회담 성사는 이미 그때 영글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23일 워싱턴정상회담을 마치고 이날 저녁 클린턴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만찬은 백악관이 의전간소화를 위해 폐지했던 국빈만찬(State Dinner)이라 김대통령에 대한 미국측 대접은 「특별대우」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같은 결정은 클린턴대통령이 아닌 힐러리여사의 강력한 권고로 이루어진것으로 알려졌다. 지난7월 서울회담에서 받은 김대통령부처의 극진한 접대에 보답하려면 각별한 답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것이다.
한국측은 정상회담 이전에 김대통령이 미상하 양원합동회의에 참석, 연설하는것도 검토했지만 워싱턴방문 다음날인 22일이 회기 마지막날로 의원들의 참석이 불가능해 의회연설계획은 백지화됐다.
현재 남아있는 양측의 협의사항은 전상회담 직후가질 공동회견 장소와 방법,한국측은 백악관 로즈가든이나 이스트룸에서 양국 대통령이 회담내용을 공동발표한뒤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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