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극장 개관 첫 공연 「아이다」를 보고 말도 많고 걱정거리도 많던 예술의 전당이 오페라 「아이다」를 시작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문을 열었다. 2월, 6공의 마지막 업적을 장식하면서 전관개관을 서둘렀지만 사실은 무대설비도 마무리짓지 못한채 개관했던 일을 상기하면서 아이다 공연을 보았다. 때마침 서울음악당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대통령 내외분께서 오셨다고 하는데도 아이다 공연의 열기는 뜨거웠다.
약 2개월간동안 오페라 창극 뮤지컬 마당놀이 중국 남경의 곤극등 각종 음악극이 공연되고 음악극의 미래에 대한 국제심포지엄등과 오페라 영상잔치같은 제법 입체적인 프로그램이 전개되는 「93 한국의 음악극 축제」 중 오페라 첫 공연작이 베르디의 「아이다」였다. 아이다는 이집트 카이로극장 개관때 위촉됐던 작품으로 서구스타일을 모방하는 곳에서는 오페라극장 개관때마다 단골로 등장해왔는데 거대한 규모와 작품자체의 극적인 구성으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중요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오페라공연의 발전과정은 민간의 자생적인 힘으로 유지되어왔다. 그런 뜻에서 민간단체인 서울오페라단이 첫 공연을 맡은것은 자연스런 모습이고 그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많은 의욕을 보여주었다. 지휘자와 연출자를 본고장에서 초청했고 국내출연진중에서 김영미 박세원 김요한등의 노래와 연기는 국제적인 무대에 내놓아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또 지휘자가 음악적 분위기를 긴장감있게 이끌어가려고 하는 노력이 돋보였고 오케스트라를 맡은 부천시향도 진지함과 생동감으로 이를 뒷받침해주었다. 그러나 거대한 무대장치와 입체적인 박진감을 주려고 노력한 연출자의 의도가 공연현장에서 살아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오페라극장 무대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과시하는 쪽으로 집착, 공연진행의 이음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것은 비단 이 공연만 안고 있는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오페라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어쨌든 서울오페라극장의 문은 열렸다. 정말로 아름다운 건물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극장은 어쩌면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을것이다. 이 극장은 앞으로 국민생활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살아있는 예술창조의 터전으로 가꾸어져야 한다. 그런데 독창적인 우리 예술의 창조라는 과제는 국가번영과 무관치 않다. 오스트리아는 국립오페라단을 운영하기 위해서 문화부 예산의 3분의 1을 투여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기울어야할 큰 과업의 하나이다. 민간적인 자생력에만 의지해선 「서구의 오페라가 아닌 우리의 독창적인 음악극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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