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잡지등 인쇄매체의 발행부수 공사(ABC)제도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당부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대해 우리는 그 귀추를 주목한다. 이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도 이번 논란은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줄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국회 문체공보위의 공보처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한국ABC협회가 지난 89년 발족이래 20여억원의 공익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같은 공익자금지원은 정부가 한국ABC를 먼저 장악한 뒤 ABC를 앞세워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것이 아니냐』고 따졌다는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 오린환공보처장관은 『한국ABC협회가 공익자금으로 운영돼왔으며 따라서 공정성 신뢰성 중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의 이같은 문제제기와 정부의 현실인식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ABC제도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제도임은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광고매체로서의 신문 잡지가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것은 인쇄매체산업의 과학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공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실히 담보할수 있느냐,그같은 담보를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었느냐 하는것이고, 물론 우리사회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점검이 선행되어야 하는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ABC제도 추진에 대해 두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공익자금의 문제다. 한국ABC협회 운영자금의 70%를 차지한다는 이 자금은 잘 알려져있듯이 5공화국이 언론을 장악·통제하는데 유효하게 사용해온 「당근」이었고, 지금도 이 자금의 지원이 정부의 감사를 통한 직·간접적인 통제의 가능성을 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ABC협회의 공정성 신뢰성 중립성을 우려한 장관의 현실인식은 매우 솔직한것이었다고 보는것이다.
둘째는 기술적인 문제이다. 공사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정직하지 못한 대응」으로 인한 자원낭비와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과다한 증쇄―무가배포―허위보고―판매무질서등은 앞으로가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신문등 인쇄매체업계의 이같은 전근대적인 취약구조와 행태보다 더 우려할만한 문제는 ABC협회의 공사능력에 있다. 이 협회의 직원은 23명으로 알려졌으나, 회원사중 일간지 34개사의 입회실사가 필요한 최소표본지국보급소는 1천개를 넘는다. 준비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것이다.
당위성이 있다고 해서 방법이 어떤것이라도 좋을 수는 없다. 결과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추진방법도 누구나 승복할 수 있을만큼 옳아야한다. 우리는 ABC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보다 자율적이고 시장원칙에 맞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믿는다. 정부가 힘을 쓰게돼 있는 자금지원이 철저히 배제된, 독립적이고 순수한 민간자율기구로의 새출발이 바람직하다. ABC는 정부의 정책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시장기능에 맡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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