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이나 장비·의약품이 발달해 고루 확산되어 있는 오늘날 때아닌 「명의」소동이다. 서울시내 대학병원의 몇몇 유명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려는 대기환자수가 1인당 1천∼6천명에 이르고,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것. 과시 명의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탄식·탄복하는 소리가 더 높은 것이다. ◆반년 가까이나 기다려서 몇분간 어떤진찰을 흡족하게 받는지 우선 궁금하다. 이미 「3시간대기∼3분진찰」이란 달갑지않은 타박마저 들어온 대학병원 인데 「명의」일수록 시간을 쪼개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꼭 「명의」의 진찰을 받으려할 정도이면 질병도 중증일텐데 그토록 오래 대기하는동안의 치료는 또 어찌하는지 궁금한게 한둘이 아니다. 이같은 「명의」의 인기소동에 가려 전문의이면서도 파리를 날리는 일부 1차진료기관의 문제에는 왜 관심이 쏠리지 않는지도 역시 궁금하다. ◆의료의 생명은 신속·정확한 진찰과 치료이다. 그래서 병원을 찾는 국민의 72.7%는 1차진료기관을 찾는다. 문제는 고소득층일수록 3차기관을 선호하게 되면서 너나 없이 3차진료기관에 몰려드는 「의료허영」풍조가 만연하고 있고, 의료제도나 의료행정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국의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1차를 반드시 거쳐야만 2∼3차를 갈수 있는데도 그런 규제는 있으나 마나이다. 잘못된 의료보험수가, 불합리한 특진제도도 「명의」소동을 부추긴다. 구름처럼 몰리는 환자에다 턱없는 입원료나 검사비등으로 큰 병원들은 수지를 맞추는 사이 국민건강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1차 진료기관들은 오히려 설땅을 잃고있는게 「명의」소동의 감춰진 그늘이 아닐까. ◆옛날처럼 화타나 편작의 비방이 빛을 내는 시대도 아닌데 때 아닌 「명의」소동은 여러모로 우리 의료현실의 허점을 노출시킨다. 명의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러나 소동마저 빚는 일반의 「의료허영」과 당국의 의료행정무능은 하루빨리 고쳐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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