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과잉투자 정부탓/상공위/“약사법개정안 모르고 결재”/보사위 20일간의 국정감사를 하루남긴 22일 각상임위는 증인신문을 벌이는등 감사마무리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감사에서 율곡사업비리, 평화의 댐 건설의혹, 약사법개정파문, 무역특계자금, 유화업계불황, 수입밀검역비리등과 관련해 증인 또는 참고인들은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받았다.
▷법사위◁ 법사위는 율곡사업과 관련, 권녕해국방부장관의 친동생인 녕호씨(51·금천실업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권씨가 무기중개업체인 학산실업의 대표 정의승씨로부터 받은 5천만원이 율곡사업과 관련된 뇌물성 돈인지여부를 집중추궁했다. 감사원의 율곡사업감사결과 권씨는 권장관이 국방부차관겸 군전력증강위원회위원장으로 있던 92년11월 정씨에게서 가명계좌를 통해 5천만원을 받은뒤 감사원이 율곡사업비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이 돈을 돌려줬던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불러일으켰었다.
증인 권씨의 요청으로 비공개진행된 신문에서 민주당의원들은 이원형의원을 주신문자로 내세워 40여개 항목의 질문을 했고 다른 의원들도 보충질의형태로 집요하게 비리여부를 캐물었다. 이의원은 권씨가 감사원감사에서 『정씨로부터 받은 돈은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기위해 빌린것』이라고 진술한것과 관련, 『무기중개상을 하는 정씨가 증인의 형이 국방부차관겸 군전력증강위원장이 아니었더라도 차용기간, 차용조건, 담보도 없이 거액의 돈을 증인에게 빌려주었겠느냐』고 다그쳤다. 이의원은 또 가명계좌를 통해 돈을 받은 이유와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원감사가 시작된 직후 돈을 돌려준 경위에 대해서도 따져물었다. 민주당의원들은 또 『정씨가 증인의 형인 권장관에게 전달해 달라고 돈을 주었거나, 아니면 증인을 통해 군전력증강위원장인 형에게 무기구입과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위해서 돈을 준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권씨는 『정씨가 무기중개업자가 아니라 단순한 사업가인것으로 알고 사업자금으로 돈을 빌렸다』고 진술했다. 권씨는 또 『돈을 빌릴 당시 정씨에게 친형이 국방부차관이라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면서 율곡사업관련비리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했다.
법사위는 이날 권씨에 이어 구속수감중인 이종구전국방장관에 대해서도 서울구치소를 방문, 증인신문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이전장관이 건강악화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자 다음 상임위회의에서 신문을 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상공위◁ 상공위는 상공자원부회의실에서 홍성좌무역협회상근부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무역특계자금운영과 관련한 신문을 한데이어 하오에는 이정호대한유화회장 이현태현대석유화학사장 황선두삼성종합화학사장등 3명의 참고인으로부터 유화업계불황실태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이대한유화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전문환사장에게 진술을 대신케했다. 의원들은 참고인신문에서 유화업계불황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과잉중복투자경위를 따지면서 업계의 공급과잉을 방관한 정부의 태도를 비난했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정부가 단순한 방관차원을 넘어 재벌의 입김에 따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행정지도를 포기한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부단히 제기했다.
유인학 박정훈의원(민주)은 『삼성과 현대는 90년1월 투자자유화조치이전에 이미 석유화학시설투자를 서둘렀다』면서 『두 거대기업의 신규투자가 시작될 당시 유화업계의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투자를 계속케한만큼 정부는 삼성 현대와 함께 불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삼성종합화학사장과 이현대석유화학사장은 『정부의 투자자유화조치에 앞서 시설투자에 들어간것은 유화산업의 특성상 당연한 준비조치였다』면서 『정부로부터 어떤 형태의 특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상오에 열린 홍무협부회장증인신문에서는 신기하 박광태의원(민주)이 잇달아 나서 집요한 질의로 무역특계자금이 무역특계위원회의 자율적인 의사보다는 청와대와 상공자원부등의 지시에 따라 통상진흥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거듭 확인했다.
건설위는 건설부회의실에서 최용근삼환기업부사장과 홍관의동부건설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평화의 댐 선행공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였다. 제정구 이석현 오탄 김옥천의원등 민주당의원들은 삼환기업과 동부건설(당시 미륭건설)이 청와대측과 사전에 수의계약을 두고 협의를 했는지의 여부, 수의계약과정에서의 정치자금수수의혹등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국정조사에서 평화의 댐 조기착공이 다분히 정치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것임이 드러났고 애초에 민주당측이 염두에 두었던 핵심증인이 빠진만큼 이날 증인신문은 맥이 빠져 있었다.
야당의원들은 『업체선정기준과 대상업체선정이 수차례 변경되는 과정에서 삼환과 미륭이 한번도 제외되지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고위층과의 계약협의과정에서 어떤 조건들을 논의했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의원들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두 증인은 수의계약과정에서의 특혜 및 정치자금수수를 전면부인했고 정치적 이용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예상대로의 답변으로 일관, 혹시나 작은 진실이라도 새로 밝혀질 수 있을까 했던 기대는 무너졌다.
▷보사부◁ 보사부국감에서 여야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박청부가스공사사장(당시 보사부차관) 신석국립의료원 약제과장(당시 보사부 약정국장)을 상대로 한약분쟁을 야기한 약사법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추궁했다. 그러나 야당측이 개정과정 진상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는 안필준전보부장관이 해외체류를 이유로 출석지 않아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해찬의원(민주)은 『관련단체의 의견수렴도 없이 새정부출범 불과 3일 전에 문제조항을 공개하지 않은채 전격·기습적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에대해 박전차관은『결재시 개정안에 약사의 한약조제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우혁의원(민자)은 『모르고 결재했다는 말은 도덕적·윤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어 신전국장에 대해 김상현 양문희의원(민주)은 『본인이 약사여서 상관에게조차 문제조항의 개정여부를 감춘채 독단적으로 시행규칙을 고친게 아니냐』며 『이런 사태가 올 줄을 몰랐느냐』고 따졌다. 이에 신전국장은 『한의사회등 관련단체의 의견을 미리 듣지 못한 잘못은 인정하나 사심이 있어 규칙을 개정하지는 않았다』며 『장·차관에게 문제조항을 미리 설명하지 않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강삼재의원(민자)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위증』이라며 『사태에 책임을 지고 현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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