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방적 과장 유서 「돈늘리기 숫법·고민」상세히 회사자금 2백5억여원을 빼돌려 주식투자등을 하다 손실액이 커지고 금융실명제 전격실시로 가·차명계좌의 자금회수마저 어렵게 되자 지난 8월28일 자살한 충남방적 자금부 과장 구자원씨(42)의 유서는 각 기업, 특히 자금담당직원들이 실명제실시로 겪고 있을 말못할 고민을 엿보게 한다.
구씨는 유서에 대기업 자금담당 간부로서 향유했던 향락과 부패의 모습, 그리고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금부직원들이라면 기업자금규모를 늘리기 위해 돈을 어떤 식으로 굴려왔는지를 자세히 적어놓았다.
그는 회사 김모상무앞으로 보낸 유서에서『돈에 욕심이 어두워 바늘도둑이 소도둑돼 책임질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실명제이전 육체의 향락을 좇아 쓴 공금과 이후 (주식)손해액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고 현금 2억을 인출,경마에 썼으나 조금도 건지지 못하고…』라고 덧붙여 횡령한 자금의 용도와 점점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는 과정을 밝혔다.
구씨는 『91년 8월부터 CD(양도성예금증서)를 실물로 할인구입한뒤 내다판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으나 손실이 커졌고 나머지 돈은 4개 증권사의 가·차명계좌에 입금해놓은 상태이며 50∼60억으로 추정되는 손실액은 주가하락시 더 늘어날것』이라고 유서에 적었다.
유서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내용은『회사돈은 CD만 관계돼 있어 「회수」에 긴 세월이 필요치 않으나「세탁과정」에서 정확한 파악은 3개월이 걸릴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그의 단독행위인지 여부는 유서내용만으로는 파악키 힘들지만 구씨가 「꺼림칙한 돈」을 세탁하기 위해 CD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기업 자금부의 역할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충남방적 자금부직원의 자금횡령과 증권사·은행원의 서류위조를 통한 변칙실명전환사건에 관련된 금융기관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실명제가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은 결코 드러나지 않을 기업·금융기관의 오랜 관행이라는 말을 했다.【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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