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곡·교향곡·찬송가 등 열정적 활동 「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 문을 열고 내다보니/ 달은 어여쁜 선녀같이 내 뜰위로 찾아오다…」(달밤·김태오 작사)
가곡 「달밤」의 작곡가 나운영씨(72)가 21일 별세했다. 그는 「모든 예술은 토착화를 먼저 이룬후 현대화에 나서야한다」는 믿음으로 평생을 서양음악의 토착화 작업에 바쳤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나씨는 사랑방에 국악기를 모두 갖춰놓고 매월 2회씩 동호인들과 함께 연주회를 열만큼 국악에 심취했던 부친 나원정씨의 영향을 받아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에 접할 수 있었다. 중앙고보 1학년때 가곡「봉선화」의 작사자 김형준씨에게 음악을 배웠던 그는 고보 3학년때인 1936년 손기정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를 제패한 쾌거에 자극을 받아 가곡 「아 가을인가」를 발표, 작곡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동경제국음악학교에서 체계적인 음악수업을 받고 43년 귀국, 중앙여전 교수로 음악교육에 첫 발을 내디딘 뒤 연세대음대학장등을 거쳐 91년까지 목원대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그는「접동새」 「별과 새에게」「강 건너간 노래」등 주옥같은 예술가곡 50여편을 비롯하여 교향곡 13편, 협주곡 6편, 오페라 3편을 남겼다.
고인은「찬송가의 한국화」를 주장하며 서양 찬송가에 세마치 도드리같은 국악장단을 보태 만든 토착 찬송가 1천1백5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79년이후 매달 마지막 일요일 강남「호산나 교회」에서 자신의「신앙고백」과도 같은 신작 찬송가를 발표해왔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유경손씨와 1남2녀를 두었으며 장녀 효선씨(동덕녀대 교수)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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