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민시대의 경찰/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민시대의 경찰/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10.22 00:00
0 0

 어제는 경찰창설 48돌이 되는 날이었다. 해마다 맞는 「경찰의 날」이지만 여느때와 다른 의미부여를 하고 싶다. 문민시대속의 경찰상은 어떻게 새로워졌는가를 점검하고 싶어서다. 「변화개혁」의 거센 물결속에서 우리사회가 엄청난 변모를 거듭하고있는 이때에, 경찰은 과연 달라지고있는가. 국민들곁으로 가까이 다가섰는가. 국민들의 민생치안불안감을 해소시켰는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정확히 파악해 대책을 세우고 제대로 시행하고있는가. 자축에앞서 자성과 분발의 날이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수호해야할 막중한 사명과 책무를 부여받고 창설된 국립경찰의 48연사는 영광으로 빛나지만은 않는다. 불명예와 치욕으로 얼룩져 되돌아 보기가 민망한 경우도 많다. 건국초기와 6·25전쟁때 국기를 다지는 호국경찰로 몸바쳤던 업적은 찬연히 빛난다.

 반대로 정권의 첨병과 권력의 시녀노릇을 한때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국민위에 군림하는 비민주적 자세와 인권유린등으로 국민들의 마음속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못박힌 적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 시절 경찰의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가 경찰 자체만의 잘못에서 기인된것이라 할수있겠는가. 그것은 오히려 정치·사회적인 여건 때문인 경우가 더 많았다. 집권자의 잘못된 의도와 욕구 때문에 경찰은 제1차적인 역할인 민생치안을 내팽개치고 정권수호의 첨병역에 매달려야하지 않았던가. 특히 권위주의통치시대인 5공때 경찰이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90년10월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만큼 민생치안이 엉망이 된것도 경찰력이 시국치안에 매달리다보니 불가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시대는 변했다. 경찰이 처한 여건도 달라졌다. 경찰이 전력투구할만큼 시국사건이 빈발하는 때도 아니다. 통치권자가 경찰력을 동원해서까지 지켜야 할 만큼 정권의 정통성에 하자나 결함이 있지도 않다. 국민들의 정당한 신임으로 태어난 문민정부가 열어가는 민주화시대다.

 이러한 문민시대에 우리경찰이 지향해야할 새과제는 국민들의 편에 서서 공정하게 공권력을 집행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경찰의 내부혁신이 선행돼야한다. 자기몸부터 먼저 깨끗이하고 민주적으로 생각하며 행동할수 있도록 의식개혁 운동을 스스로 펴야한다. 

 그리하여 15만 경찰의 위와 아래가 다같이 새롭게 달라진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경찰의 의식과 조직 그리고 인사관리의 혁신과 함께 기능강화를 서둘러야한다. 수사경찰력을 보강하고 자질이 높은 전문인력으로 충원해야한다. 수사장비의 현대화로 수사기법의 과학화를 앞당겨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생치안이 근본적으로 나아질 수가 없다.

 시국치안위주시대에 푸대접받던 수사경찰력이 「범죄와의 전쟁」이후 많이 증원됐다고 하지만 민생치안이 아직도 미덥지 않다는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괜한 불평으로 들어넘겨서는 안된다.

 밑으로 갈수록 기강이 서지 않고 사기가 죽어있는것은 아닌가도 철저히 점검해봐야 한다.

 48돌을 넘긴 15만 경찰은 문민시대가 경찰에 바라는 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경찰로 거듭날 각오를 새로이 했을것으로 믿고싶다. 거듭 말하고 싶은것은 국민편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찰이 되라는 것이다. 정치에는 무관심 할수록 좋다. 그것이 바로 경찰의 잃은 신뢰를 회복하고 문민시대의 경찰상을 새로 세우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