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정치개입 비판… 차별화 선언/동반자 강조속 통상압력 거셀듯 문민정부 출범이후 첫 주한미대사로 임명된 제임스 레이니씨(66)가 21일 하오 서울에 도착했다. 전임 도널드 그레그대사가 지난 2월 귀국한 지 약8개월만이다. 레이니대사의 부임은 한국으로서도 적지않은 상징성을 띠고있다.
그는 7년만에 다시맞는 비CIA(미중앙정보국) 출신이다. 전임자인 그레그씨나 그레그씨의 전임이었던 제임스 릴리씨가 모두 CIA출신이었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레이니대사가 전임자들과는 달리 정치대사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경제대사 또는 문화대사의 이미지를 굳혀갈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그는 주한미대사로 지명된 뒤로 줄곧 그같은 희망을 피력해왔다.
그는 19일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들과의 회견에서『시대가 변했다. 전임대사들은 한국내 정치개입으로 비판받을만한 입장에 있었을법도 하다. 주한대사가 그런 정치적 의미를 갖고 행동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는 말로 전임자들과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레이니대사는 이에앞서 지난달 14일 미 상원외교위의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은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른 동북아의 신데탕트무드와 김영삼 문민정부의 출범등으로 조성된 새로운 외교환경에 부응할수 있도록 혁신적 대한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소련의 붕괴와 한― 중·러 수교로 한반도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다소간 희석되고 한국 정치상황도 군사정권의 종식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된 상황에서 이제 한미관계의 중심은 양국의 경제협력과 통상확대에 더 큰 비중을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레이니대사가 한미양국의 경제협력·통상문제와 관련, 강조하고 있는것은 두가지이다. 아태 경제협력체(APEC)의 실질적 성과를 위한 양국협력의 강화와 한국의 시장개방이다. 레이니대사는 우선 아·태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는 양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공통의 목표아래 상호협력, 경제적 성과를 나눌수 있는 시범케이스가 될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레이니대사는 이와함께 미국상품 및 기업에 대한 한국시장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있다. 동등한 파트너십을 위해선 한국측이 ▲금융시장개방 ▲불공정한 세무구조개선 ▲농산물 수입장벽철폐 ▲미국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보장등을 선행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반적인 한미관계가 매우 원만하나 통상문제에서 한국이 미국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시장개방이나 미국기업의 정상적인 활동보호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레이니대사의 발언으로 미뤄봐도 향후 주한미대사의 역할이나 성격이 크게 변하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해 볼 수있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레이니대사를 흔히 제12대 주한미대사였던 리처드 워커씨에 비교한다. 레이니대사와 마찬가지로 학자출신이며 외교관 경험이 전무했던 워커대사는 5공출범 직후인 81년 7월부임해와 86년 11월까지 대사를 지내면서 반체제인사에 대한 비난발언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곤했다. 5년이 넘게 대사를 지냈지만 대사관의 전반적인 업무파악조차 끝내지 못한채 떠났다며 혹평하는 인사도 있다.
워커대사와 대조되는 명대사로는 김대중씨 납치사건때 그를 구해준것으로 알려진 제9대 대사 필립 하비브가 꼽힌다. 레이니대사가 제2의 워커씨가 될지 제2의 하비브씨가 될지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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