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함 원자로까지 마구 버려/액체 방사능물질 그대로 방류 러시아는 21일 핵폐기물의 「동해6구역」2차투기를 포기하는것으로 들끓는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비켜갔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결정이 동해의 핵공포를 씻어주는것은 아니다. 수심 수천 해저에 이미 버려져 방치되어 있는 핵쓰레기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러시아가 「해양의 핵폐기물 투기에 관한 백서」를 발표했던 지난 4월2일 기자는 78년 동경1백31도15분, 북위40도10분 지점 해상에 버려진 핵잠수함원자로2기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하는 의문을 떨칠수 없었다.
철제컨테이너속에 넣어 수심3천해저에 버려진 이 원자로는 철제컨테이너가 통상 바닷속에서 10년만에 부식돼 파괴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바닷속에서 본격적으로 방사능을 누출시키고 있을지 모른다.
구소련과 러시아는 그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 결과에 대한 아무런 예측도 없이 무책임하게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려왔다.
지난50년대부터 최근까지 동해를 비롯, 오호츠크해 북태평양 바렌츠해 카라해 북극해 발트해등 러시아인근해역에 핵폐기물은 무려 2백50만㎥나 투기된것으로 밝혀졌다.
이 핵폐기물중에는 핵잠수함용 원자로15기와 차폐체1기, 쇄빙선용원자로3기와 차폐체1기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이 직접 영향을 받는 동해와 극동지역해역에는 지난66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6백85조 베크렐(방사능단위)의 핵폐기물이 투기됐다.
구소련은 이 해역을 10개구역(지도참조)으로 나눠 2기의 원자로와 1기의 원자로 차폐체를 버렸고 핵폐기물을 적재한 각종 선박 38척을 침몰시켰으며 냉각수등 액체핵폐기물은 컨테이너에 넣어버리거나 바다에 그냥 방류했다.
10개구역의 수심은 1천1백∼3천7백m 사이이며 4백56조베크렐의 액체핵폐기물은 9개구역에, 2백25조베크렐의 고체핵폐기물은 4개구역에 투기됐다. 지역별로 보면 10번해역에 원자로 2기가, 8번해역에 원자로차폐체1기가, 7번해역에는 최대규모의 핵폐기물이, 9번해역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각각 버려진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핵폐기물은 대부분 군사용원자로에서 나온것이다. 구소련은 과거 50년대부터 미국과의 군비경쟁으로 핵잠수함등 핵추진함정을 2백50여척이나 건조했다.이중 지난해까지 활동중인것은 핵잠수함 1백28척과 항공모함 12척등 모두 1백40여척이다.
구소련은 이 핵추진함정을 운용하면서 나온 핵폐기물을 비밀리에 인근해역에 버려온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해군은 구형핵잠수함 1백여척을 퇴역시켜 해체할 계획이나 문제가 적지않은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핵연료를 원자로에서 분리해낼 기술과 이를 저장할만한 시설이 부족한 형편이다. 잠수함을 해체할 수 있는 시설역시 수준이하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폐기물투기에 관한 백서에 따르면 태평양함대와 북해함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핵잠수함원자로의 노심저장시설은 1백40여개를 저장할 수 있으나 현재는 단지 노심 3개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밖에 남지 않았다는것이다.
게다가 액체핵폐기물을 재처리할 수 있는 시설은 오는 97년에야 가동된다. 그것도 예산이 제대로 배정된다는 전제조건하에서다. 그린피스 모스크바지부의 사다대변인은 『지난30여년간 아무런 대책없이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려온 결과 이같은 지경에 이르게됐다』고 지적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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