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해훼리호침몰사고 이후 시신들의 임시안치장소로 연일 울음바다를 이뤘던 군산공설운동장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날벼락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의 오열과 시신을 실어나르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뒤섞여 참사의 비극을 생생히 보여줬던 공설운동장에는 20일 아직 시신을 찾지못한 유족 20여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신을 확인하려 몰려든 2천여명의 유족과 구급차, 자원봉사자들이 친 천막이 빽빽하던 이곳은 대책반본부로 이용됐던 천막을 제외하고는 시설물도 모두 철거됐다.
혹시나 시신이 인양돼 올까하고 사고이후 열흘내내 가슴을 졸였던 일부 유족들은 눈물마저 마른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맞벌이를 해 집을 장만하겠다고 한창 재롱을 부리던 14개월짜리 아들을 위도 처가에 보냈다가 잃은 정종필씨(32·서울 서초구)부부는 『손자를 끔찍히 사랑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시신이 선실에서 발견된 만큼 해용이도 틀림없이 선실내 펄에 묻혀 있을것』이라며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해용이의 얼굴만이라도 볼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다』며 새삼 울음을 삼켰다.
직원들과 낚시갔던 전주시 서서학동사무소 사무장 박훤주씨(53) 유족들은『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학을 하는등 갖은 고생을 하다 겨우 허리를 펼만한 때에 이렇게 될줄 몰랐다』며 『시신을 꼭 찾아 양지바른 곳에묻어 편히 쉬게 해야 한다』며 울먹였다.
유족들은 시신발견 해역이 광범위해지는데다 떠오른 시신이 다시 가라앉으면 영영 찾기 어렵다는 주위의 말을 애써 믿으려 하지않으며 선체가 재인양될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군산=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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