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2년새 대서양 등에 마구 버려/최근엔 성실신고없어 “오리무중” 러시아의 동해 핵폐기물 투기로 핵공포가 바다를 넘쳤다. 이번 사건은 핵보유국들이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영구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터진것으로 한국 일본등 주변국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러시아 핵폐기물 불법 해양투기사건을 계기로 각국의 핵쓰레기 처리실태와 관련국의 대응을 몇차례로 나눠 알아본다.【편집자주】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높아지고 있지만 바다를 핵쓰레기장으로 만드는것은 러시아만이 아니다.
1946년 미국이 캘리포니아로부터 80㎞떨어진 바다에 고체 방사성 핵폐기물을 버린것을 시작으로 이미 핵 선진국들은 바다를 핵쓰레기장으로 이용해왔다. 1950년대 중반 핵추진함이 등장한 뒤로는 이들 선박에서 일어난 핵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까지 겹쳐 해양 오염은 더욱 심해졌다.
핵물질 해양 투기에 관한 비난 여론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각국은 이를 자제, 1982년 이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확인한 해양 핵투기는 없다.
IAEA 자료에 의하면 1946년부터 1982년까지 전세계 바다에 버려진 고체 핵폐기물 총량은 46PBq(PBq:10의 15승 베크렐, 베크렐:방사능단위)에 달한다. 이중 99%가 대서양에 버려져 동해를 비롯한 태평양에 버려진 양은 전체의 1%이다. 핵선진국중 바다에 핵물질을 가장 많이 버린 나라는 영국으로 34차례에 걸쳐 대서양 15개 지점에 7만4천52톤을 버렸으며 이는 핵오염의 수준을 결정하는 방사능 세기로 볼 때 35PBq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미국이 4.4PBq, 스위스가 3.5PBq, 이어 벨기에 2.1PBq 등이며 한국도 지난 1968∼72년 45톤을 버린것으로 그린피스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 통계가 빠져있어 동해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동해에 핵쓰레기를 버린것을 IAEA에 처음 사전통보했을 뿐 그 이전까지는 어느 국제기구에도 해양 핵투기에 관한 보고를 한 바 없다.
동해를 미롯한 극동 해역은 러시아가 핵쓰레기장으로 애용하고 있는 곳이기때문에 동해는 사실 전세계 바다중 가장 위험천만한 사각지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동해의 방사능 실태에 관한 정보는 아예 전무하다.【오미환기자】<2면에 계속>
◎공포의 바다… 핵오염
<1면에서 계속>
이처럼 거의 반세기 동안 핵물질 해양 투기가 이뤄졌지만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종합 평가조차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부분적인 분석들에서 핵폐기물 해양 투기에 따른 위험은 발견된 바 없다.
그러나 핵폐기물은 자연방사능과 달리 축적이 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생태계 먹이 사슬을 지나면서 결국 인간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안심은 금물이다.
핵물질을 비롯한 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에 관한 런던협약에 따르면 협약 가입국들은 핵투기를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통보토록 하고 있지만 이 규정은 강제력이 없어 성실신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1989년 이후로는 IAEA가 이에 관한 보고를 받은 게 거의 없어 최근의 해양 핵투기 실태는 알려진 게 없다.
이런 가운데 런던협약 가입 당사국들은 오는 11월 런던에서 정기 연례회의를 갖고 모든 핵물질의 해양투기 영구 금지에 관한 결정을 내릴것으로 알려졌다.
10년전 덴마크가 처음 제안한 해양핵투기 전면금지조치는 현재 1백50여 나라가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뭍에다 핵폐기물을 저장 또는 매립하는 기술과 장소 문제가 어느 나라든 골칫거리로 남아있어 바다는 여전히 손쉬운 핵쓰레기 처리장으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
바다에 핵쓰레기를 또 버릴 계획이 있느냐는 1989년 IAEA의 공식질의에 영국과 벨기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캐나다 중국 멕시코 나우루 네덜란드 구소련 미국 핀란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캐나다와 프랑스만이 해양 핵투기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11월 런던회의는 인간과 바다를 핵오염으로부터 지키려는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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