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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문화(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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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문화(장명수칼럼)

입력
199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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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성금문화」는 매우 특이한 문화다. 주부들이 매일 밥짓는 쌀에서 한숟가락씩 덜어내어 따로 모았다가 좋은일에 쓰던 오랜 성미의 풍습, 십시일반의 정신이 현대화한것이 성금인데, 그 좋은 전통이 변질되어 온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라와 사회, 이웃의 어려움을 돕기위해 자신의 물질을 내놓는 정신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것이고, 공동사회를 존속시키는 힘이다. 그러나 성금을 내고 거두는 행위에 어떤 다른 목적이 작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성금문화를 경계해야 한다.

 국가의 재정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범국민적인 모금운동으로 정부가 할일을 민간에서 돕는것이 불가피했다. 대형사고등 특별한 경우뿐 아니라 해마다 찾아오는 물난리, 태풍피해,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등으로 모금운동은 연중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그때마다 기업들이 큰 몫을 했다.

 한술 더떠서 정부는 방위성금등을 공공연하게 모금했다. 기업들은 정치권과 권력층에도 「성금」을 바쳐야 했고, 그로인한 유착과 부패가 극심했다. 기업들은 세금을 탈세하여 요소요소에 성금을 바치는 재주를 키웠다. 국고로 들어가야할 돈이 권력층 일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재벌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각종형태로 뜯기는 돈과 기부금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기업들이 순이익의 40%, 법인세액의 60%를 준조세로 사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도 나왔다. 쌍용경제연구소가 3백75개 상장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92년의 기부금 총액은 2천9백억원에 달했다. 기업의 이익은 전년보다 0.2%가 줄었는데, 기부금은 28.7%가 늘어난것으로 나타났다.

 신정부는 준조세 문제를 개혁대상으로 삼고, 세법을 개정하여 준조세를 흡수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 6월 김영삼 대통령은 『한 기업이 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10억원을 보훈성금으로 내려한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기업들은 이제 경제외적인것에 신경을 쓰지말고 오로지 기업활동에만 전념해야 한다』 고 밝혔다.

 이를 지지하던 국민들은 최근 서해훼리호 참사를 계기로 「성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정부가 충분히 보상해줄 능력이 없는듯하니 모금운동을 벌여서 피해자 가족도 돕고, 정부도 돕겠다는 뜻은 좋다. 그러나 청와대, 각의, 안기부등 정부기구가 적지않은 액수의 성금을 기탁하는것을 보고 기업들이 무언의 압력을 느껴 수억원씩 성금을 내고 있다면 『앞으로는 수재의연금같은 성금도 안받겠다』던 정부의 다짐이 무색해진다.

 민간차원에서 각종 기부금이 활성화하는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좀더 다양한 부문에 기부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리면 성금이 쏟아져 나오던 과거의 유혹을 억눌러야 한다. 정부는 이제 자신의 과오로 인한 보상금을 스스로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서해 훼리호 성금 자체에 반대하는것은 아니지만, 이번 모금방식이 준조세 폐지 정책을 훼손하지는 않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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