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생태 무시 의인화/내용과 서로다른 삽화/어른들도 어려운 발문/어린이에 그릇된 지식 심을 우려/“전문 아동문학가 활동 위축” 지적도 1만권 이상씩 팔린 기성작가의 인기 창작동화가 보기와는 달리 허점투성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 동화책들은 기성작가의 명성과 화려한 장정, 그리고 예쁜 그림등으로 책을 사주는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동물의 생태를 무시한 무리한 의인화가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고 내용과 삽화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어른이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발문을 붙인 책도 있다.
「사평역에서」의 시인 곽재구씨의 장편동화「아기참새 찌꾸」(국민서관간)는 아름다운 문장과 박진감있는 사건전개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로등에 둥지를 틀고 살던 아기참새 찌꾸가 새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것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등에서는 참새가 둥지를 틀 수가 없다.
윤무부씨(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참새는 주로 구멍이 있는 곳에 둥지를 튼다. 전봇대나 굴뚝에 집을 짓는 경우는 있으나, 매끄럽고 평탄한 도시의 가로등에 집을 짓는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현씨의「똘개의 모험」은 일개미 똘개가 공주개미를 사모하는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평생동안 일만 할 운명으로 태어난 일개미 똘개는 여왕개미가 될 공주개미를 함부로 넘볼 수 없다. 똘개의 아버지는 일만 하다 일찍 죽었고, 똘개의 어머니도 고된 노동을 한다.
그러나 곤충학자들은 일개미는 모두 암놈이고, 여왕개미도 암놈이라고 말한다. 수개미는 생식개미로 일하지 않고 생식만 하는 개미이다.
「똘개의 모험」에 의하면 암개미끼리 사랑을 하는것이 되고, 암놈이자 일개미인 똘개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똘개를 낳은 꼴이 된다.
이에 대해 김영현씨는 작가의 말에서『상상력의 범위를 넓히고, 사람 사는 모습과 어느 정도 일치를 시키기 위해 이런 부분의 위험을 다소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림철우씨의「황금동전의 비밀」은 삽화와 책 내용이 맞지 않는다.
파란 옷만 입는 파랑나라의 왕이 주인공 용이를 빨간 옷만 입는 빨강나라 첩자가 아니냐고 몰아붙이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 용이는『제 옷을 보시면 금방 아실것입니다. 전 하얀 옷을 입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해 위기를 모면한다. 그런데 용이는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파란 바지에 녹색 스웨터를 입고 있다.
오정희씨의「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한양간)의 발문은 아예「부모님을 위한 도움글」이란 부제를 붙여 독자가 아닌 책 사줄 사람을 위한 글을 싣고 있다. 어린이는 뒷전이다.문학평론가 김사인씨는『기성 작가를 동원한 창작장편동화 제작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활동하는 아동문학가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 시·소설을 잘 쓴다는것과 동화를 잘 쓴다는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것을 알면 동화제작의 노하우가 없는 사람들이 만든 과오는 줄어들것』이라고 말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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