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결심강행에 「재판부 기피」 퇴정/검찰 “태양향하다 녹아떨어져” 이색 논고 ○…19일 열린 박철언의원의 7차공판은 재판부의 결심강행에 반발한 변호인단이 재판부기피신청을 내고 퇴장한데다가 방청객들이 과격구호를 외치며 격렬히 항의, 한차례 휴정하는등 소란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와중에 박피고인도 검찰의 구형에 앞서 공판연기를 요청하다가 퇴정, 피고인과 변호인이 모두 궐석인 상태에서 검찰의 구형이 이뤄졌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58쪽에 달하는 장문의 논고문을 작성, ▲사건의 성격 ▲피고인의 범죄행각▲변호인주장에 대한 반박 ▲증거관계론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검찰은 논고문에서 『이사건은 조직폭력의 배후세력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난 추악한 부패스캔들이며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치권력자인 피고인이 저지른 대표적인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변호인측에서 주장하는 표적수사설에 대해서도 정덕진씨(53·구속)의 수사과정을 자세히 언급하며 우연히 포착된 것일뿐 의도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개정후 홍여인의 증인불출석에 대한 책임과 결심강행의 적절성등을 둘러싸고 변호인단과 검찰 재판부가 약 55분간 설전을 전개하자 방청객들은 일단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홍여인 증인소환의 필요성과 결심강행의 부적절성을 강도높게 개진한뒤 변호인단 대표로 유수호변호사가 재판장의 심리진행에 대한 불만을 13개항으로 정리한재판부기피신청을 제출하고 변호인단 전체가 퇴정하자 방청객들도 뒤따라 모두 일어서는 바람에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재판부가 변호인단의 퇴정후 검찰구형절차를 강행하려하자 방청석 곳곳에서 「집어치워」등의 고성과 폭언이 난무했다.
○…재판장 김희태판사는 방청객들이 『정치판사 물러가라』는등의 모욕적 구호를 외치자 『누군지 나와 보시오』라고 한차례 언성을 높였으나 소란이 진정될 기미가 없자 이내 포기한 듯한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일단 서둘러 휴정을 선언했지만 법정소란은 좀체 누그러 들지 않았다.
방청석 곳곳에서는 『문민정부의 정치재판을 집어치워라』는등의 고성이 법정을 가득채웠다.
대구에서 버스5대를 이용,상경한 방청객들은 『재판정에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대개는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결심강행을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재판장의 보충신문직후 김양일변호사는 박피고인의 보석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형사소송법원론을 인용, 필요적보석의 개념과 의미를 재판장에게 훈수하기도 했다.
김변호사는 『피고인은 유죄판결을 받기전에 무죄로 추정되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경우에는 보석을 하는것이 헌법의 정신이다』면서 『국회의원 신분인데다 장관을 지낸 피고인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으며 더구나 홍여인이 증인신문을 통해 증거보전을 해 놓은 상태에서 증거인멸의 우려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홍여인의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의 위헌성에 대해 『박피고인은 지난5월 21일 검찰에 출두했는데 홍여인에 대한 증인 신문은 이미 5월 15일에 있었다』며 입건되기도 전에 공판절차가 진행된점을 이유를 설명했다.
○…50분간 휴정뒤 재개된 공판은 휴정전 2백여명이던 방청객이 40여명으로 줄어 들었고 남아있던 방청객들도 피고인없이 진행된 검찰구형을 묵묵히 경청하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에앞서 박피고인은 재판장에게 『본인의 인생이 걸린 중요재판인만큼 변호인단도 퇴정한 이 공판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대해 『심리가 종결됐고 결심을 예고한 상태에서 재판부로서는 결심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박피고인은 『칼자루를 쥔 사람이 적대자의 육체를 짓밟을 수는 있어도 의지나 영혼을 꺾을 수는 없다』며 퇴정, 구형을 지켜보지 않았다.
○…검찰은 법정에서 읽지 않고 재판부에 제출한 논고문에서 박피고인을 태양을 흠모해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단 채 태양을 향해 날아가려다가 녹아 떨어진 그리스신화의 「이카루스」에 비유해 이채.
검찰은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피고인을 『권력을 추종하며 권력을 소유하려 했다』며 이같이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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