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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엔 쐐기를/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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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엔 쐐기를/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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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기업매수합병(M&A)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이때문에 기업들은 불안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아래에서 원칙적으로 기업간에 매수합병은 있을 수 있다. 매수합병도 상호간의 필요에따라 상호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우호적인 매수합병」은 바람직한 것이다. 문제는 대상기업이 원하지 않는데 주식을 은밀히 또는 공개적으로 집중매입, 경영권을 장악하는 「적대적인 매수합병」이다. 기업의 매수합병이 보편적인 미국에서는 80년대는 소위 레이더스(RAIDERS)라 불리는「기업사냥꾼들」에 의한「적대적인 매수합병」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90년대에 들어와서는 기업상호간의 경쟁력보완과 체질개선을 위한 「우호적 매수합병」이 주축이 되고있다. 최근에 이뤄진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최대전신전화회사인 AT&T사(미전신전화사)와 미최대이동통신업체인 매코사의 합병이다. 이동통신사업에 손대려는 AT&T사와 통신기자재사업에 진출하려는 매코사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 두회사의 합병규모는 1백26억달러, 90년이후의 M&A중 최대규모다. 이러한 「우호적인 매수합병」이 업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국경없는 시대」에 살아남기위한 세계화(GLOBALIZATION)전략이다. 「경쟁과 협력」이 다국적기업들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업종에서는 합종련형이 활발하다. 세계자동차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미·일의 「빅3」(3대메이커)들은 상호 작열하는 경쟁을 하면서도 공생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GM은 도요타 스즈키 이스즈와, 포드는 마쓰다 닛산과, 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 혼다기연과 각각 손잡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독) 피아트(이) 벤츠(독) 푸조(불)등 유럽굴지의 자동차회사들도 일본자동차회사들과 제휴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웨덴의 볼보사와 프랑스의 루노사가 합병, 통합키로 했다. 스켈리 전미애플 컴퓨터사사장은 『세계의 어느 기업도 막대한 자금등 오늘날의 기업에 요구되는 것을 독자적으로 대처할만큼 역량이 큰 기업은 없다』고 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처럼 「우호적인 매수합병」, 합작, 제휴등으로 지구화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때에 우리기업들은 「적대적매수합병」에 대비, 경영권수호공방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또한 얼마나 우물안의 개구리식인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이 취약하여 미국 일본 EC등 선진국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판에 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키기위해 주식수호에 매달리고 있게 되면 우리경제는 결정적인 손상을 입을지 모른다.

 적대적인 매수합병사태가 일어나면 공격하는측이나 방어하는측이나 주식매입전을 벌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자금의 전용과 부채의 증대를 가져오게 된다. 주가는 올라가겠지마는 거품주가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져 결국에는 경영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국민경제차원에서 보더라도 엄청난 재원의 오용이 되는것이다. 또한 기업윤리의 붕괴에따른 법과 질서의 훼손도 가공할 것이다. 정부는 「적대적인 매수합병」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장치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기아자동차주식을 매집, 기아경영진에 위기의식을 휘몰아온 삼성측이나 한국카플로락탐의 대주주지위를 역전시킨 코오롱측이나 모두 경영권장악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량측 모두 법률상 위반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 두사건의 함축된 의미를 통찰해야한다. 우리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경제의 경쟁력약화에 경영권공방이 적지않게 기여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후발의 이점을 살려 「적대적인 매수합병」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우호적인 매수합병」으로 가는 길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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