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교육 등 사회문제 섬세하게 처리/“여성문제 다룬 장편 쓰고파” 43세에 늦깎이로 등단한 후 첫 소설집 「빗소리」(민음사간)를 펴낸 여성작가 이청해씨(45)는 여성, 노동, 교육, 이데올로기등 다양한 소재를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짧고, 간결한 문체를 읽으면서 젊은 도시여성을 상상했으나, 그에게서는 아파트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푸근하면서도 세련된 중년 여인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예쁜 책으로 묶여 기쁩니다. 분량이 많아 발표작 중 4편이 빠진 것이 안타깝습니다』
소설집 「빗소리」에는 91년 「세계의 문학」에 발표한 등단작품 「빗소리」를 시작으로 KBS 방송문학상 수상작인 「강」, 자전적인 작품인 「머나먼 광주」등 8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빗소리」는 「그 일」에 가담한 혐의로 봉제공장에서 해직돼 출판사 외판원을 하는 흥식의 온갖 투정을 다 받아주는 명희의 헌신적이고 지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환상의 봄」에서는 재능과 욕구를 억압해야 했던 중년부인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최근작인 「애니멀 세컨드」는 경쟁만을 강요당하는 여고생들의 피폐한 정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생의 영향을 받아 의식화되는 애인을 바라보는 여성근로자, 사회적인 삶을 박탈당한 중년 여성의 허탈함 등 작가가 여성이 아니면 포착하기 힘든 인생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되, 문제점이 아프게 돌출되지 않게 함으로써 우리의 삶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복원력을 회복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광주학생운동에 주동자로 가담했고 그후 좌익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던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와 개인의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앞으로 여성의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을 내고 싶다』는 그는 이화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사 기자와 국어교사 생활을 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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