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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기아 충돌 「복선」깔린 공방/수습단계「주식매집」…재계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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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기아 충돌 「복선」깔린 공방/수습단계「주식매집」…재계의 시각

입력
199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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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진출·저지전 폭발” 분석/삼성/반대앞장에 압력… 합병속셈도/기아/내부불화설 진화·결속계기로 삼성의 기아자동차 주식매집이 도화선이 돼 발생한 삼성과 기아의 충돌은 삼성측이 기아주식을 일부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승용차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삼성과 이를 극력 저지하려는 기아와의 한판 대결은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양 그룹의 공방전을 지켜본 재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승용차시장에 진출하려는 삼성그룹이 최소한 삼성의 승용차진출을 반대하는 기아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아를 합병해서 승용차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것으로 해석하고있다.

 반면에 일관되게 삼성의 승용차진출을 반대해온 기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출을 원천 봉쇄하고 동시에 기아자동차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를 승용차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는 분석에 대해 삼성측은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삼성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매집한것은 자동차3사중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출을 가장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기아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자는 측면도 있었다』고 실토했다. 또 자동차 기술제휴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본격적인 승용차생산을 위해 최소한  수조원을 투자하는 모험을 감수해야하는 삼성으로서는 기존기업의 인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것.

 삼성그룹측은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주식매입은 투자의 하나였으며 매각은 시장원리에 따를것이라는 그룹의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현 상황에서 입장변화를 공식화할 수 없지 않느냐』며 실리와 명분사이의 묘수풀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결국 삼성측은 더이상 여론이 악화되는것을 방치할 수 없어 기아자동차가 납득할 수준만큼 기아주식을 매각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으로 후퇴했다. 

 삼성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여론이 삼성의 부도덕성쪽으로 쏠릴것을 가장 우려한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회장이 내건 질경영이 고작 이것이냐』 『장기간에 걸친 집중매입에 최고경영자의 지침이 없었겠느냐』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특히 오는 22, 23일로 예정된 상공부의 국감을 크게 우려하고있다. 기아주식 매집이 투자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경우 민주당의 집중포화를 피할 수 없으리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20일 사장단회의를 열어 이번 사안에 대한 그룹의 입장을 어느정도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기아그룹은 19일 김선홍회장이 주재하는 확대본부장회의를 열어 「삼성의 기아주식 매집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져 경영권지배를 목적으로 한것이며 그룹은 경영권 사수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갈것」을 재차 확인하는 결속작업을 벌였다. 기아자동차의 이신행전무는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출은 과잉투자이며 삼성의 주식매집에 대한 대응은 우선 내부 주식확보에 있다』고 말해 기아의 강경대응이 삼성의 승용차진출 저지와 내부결속의 복합적인 전략임을 시사했다. 기아는 김회장과 김상문그룹고문의 불화설등으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어 이번 기회에 김회장체제를 굳히자는 전략을 세웠다는것이다. 

 기아는 또 그룹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18일 한승준사장이 재무부와 상공자원부등을 직접 찾아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출을 저지하고 증권 관련법규의 손질을 요구하는 작업을 벌여 삼성에 대한 강경대응의지를 다졌던것으로 알려졌다.

 유망사업분야를 놓칠 수 없는 입장인 삼성과 살아남기 위해선 삼성의 참입을 막아야 하는 기아의 충돌은 삼성의 주식매각 약속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것으로 보인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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