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이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은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한 인간들을 위한 진혼가이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청소년기에 고향에서 입은 상처들로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며,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현재의 성공적인 삶을 과시하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입은 과거의 시간을 다스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한승원의 소설은 그러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고 어루만지기 위해 부르는 일종의 진혼가(제의적 장치)이다. 그럼에도 한승원은 소설에서 그들에게 고향에서의 안식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한승원의 이번 소설들 속에서 고향은 어떤 과오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돌아온 탕아들을 언제나 원초적인 안락함으로 감싸주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고향은 오히려 인물들의 평생을 지배하게 될 온갖 원죄의식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고향에는 그들과 조상들이 저지른 온갖 선행과 악행, 반목과 질시, 사랑과 증오가 세월의 삭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과 인간들의 나이테 속에 한스럽게 살아 남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영혼을 평생 동안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 사랑했던 여자와 경쟁자에 대한 기억이 살아 남아 있다.
그래서 그곳은 역설적인 의미로 또 다시 고향이며, 한승원 소설의 인물들은 그 고향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들의 머리속에 끈덕지게 살아남아서 아우성치고 있는 과거의 기억, 응어리로 맺혀서 불끈거리는 원초적인 기억들과 다시 맞닥뜨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생애가 끝나기 전에 평생 동안 보류하고, 회피했던 사건과 기억들을 다스려서 화해의 세계로 천도시켜야만 한다. 그 때문에 한승원 소설의 인물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고향을 향해 다시 돌아온다. 그들이 짊어진 평생의 업보를 고향에서 풀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지 못하리라는 생각에서 그들은 고향으로 다시 돌아 온다. 돌아와서 과거의 온갖 기억들을 되살리며 신음하고 울부짖는다. 인간들끼리만 울부짖는게 아니라 인격화된 자연, 인격화된 사물과 함께 울부짖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감동적이라 할 수 있는 「돌아온 사람들 1」의 마지막 장면은 고향에 대한 이중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들 이천동이 직접 쓴 『여기 평생을 。은 일만 하던 이쩔둑배기라는 가엾은 남자가 누워있다. 그는 몇년도에 어디에서 태어난 줄을 모른다(…) 지나가는 사람들아, 아직도 그가 생전에 받은 천대와 박해가 부족하다 싶으면 이 무덤과 비석에 침을 뱉고 오줌을 갈길지어다』라는 죽은 아버지에 대한 비문 내용은 그 적나라한 솔직함 때문에 충격적이다. 그리고 세속적 성공을 거둔 이천동이 보여주는 그 충격적인 솔직함의 이중적 의미는 한맺힌 고향에 대한 한 인간의 원색적인 울부짖음이라는 의미와 다시 고향을 껴안기 위해 내미는 정직한 화해의 악수라는 의미이다.<문학평론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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