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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함보다 동정·배려 분위기/이건개씨 선고공판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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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함보다 동정·배려 분위기/이건개씨 선고공판 표정

입력
199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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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항소해 좋은재판 받길” 이례적 위로 슬롯머신업자로부터 5억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대전고검장 이건개피고인(52)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19일 상오 서울형사지법 319호 법정.

 검찰사상 유례없이 현직 고검장신분으로 구속돼 엄청난 파문을 빚었던 이피고인은 지난 7일 결심공판의 최후변론에서 자책의 눈물까지 보였던것과는 달리 심경을 정리한 듯 담담한 모습으로 시종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검찰은 이피고인에 대해 뇌물액 5천만원이상이면 해당되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적용하고도 정상을 다각도로 검토, 법정형량 징역10년에서 작량(작량)경감한 징역7년을 구형 했었다. 동시에 이피고인이 받은 돈이 차용금으로 인정돼 무죄가 될 경우에 대비한다며 법정형량 징역5년 이하인 형법상 수뢰죄를 적용, 징역 2년6월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었다.

 이같은 검찰의 이중구형은 기실 재판부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특가법상의 중형을 선고하는것을 막기 위한  「묘수」란 분석도 있었다.

 재판장  김황식부장판사는 검찰의 「예상반 희망반」대로 이피고인이 받은 돈이 차용금형식의 금전거래였고 그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서두를 꺼냈다.

 재판장은 이어 『그러나 공직자와 일반인의 금전거래는 사회통념상 특수한 인간관계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한 직무관련성의 여지가 있으면 뇌물죄로 다스려야 한다』며 이피고인이 돈을 빌려 금융이익을 취한것이 형법상 뇌물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피고인은 성공적인 법조인의 길을 걷다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은 만큼 제도적 형벌이상의 처벌을 이미 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구형량보다 1년이 낮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그리고는 『관대하게 처분할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여 어려움을 이겨내고 항소하여 더 좋은 재판을 받아 보기 바랍니다』고 위로의 말까지 덧붙였다.

 묵묵히 법정을 나선 이피고인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이내 뒷짐을 지고 한동안 하늘을 응시했다. 북받치는 회한과 원망이 끝까지 태연하고자 했던 결심을 무너뜨린것일까.

 이피고인의 마음의 행로가 어떠했든, 검찰조직 내외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왔던 사건은 출발때와 달리 검찰과 법원이 사정정국아래 구속된 여느 공직자들에 보였던 「엄정함」보다는 「한 식구」에 대한 동정과 배려에 다소 치우친 듯한  분위기였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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