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에 조사국한… 실효성 의문/대상선정도 “형평성 문제” 잡음 국회윤리위의 금융자산실사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관론이 우세한게 현실이다.
윤리위측은 공식적으로 『법에 따른 실사인만큼 누락이 드러나면 예외없이 처리한다』고 단언하고있다. 그러나 윤리위의 내부기류는 금융자산실사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비중을 두는듯한 분위기이다. 지난 11일과 18일의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정치인출신의 한 위원은 『그 많은 금융기관을 어떻게 다 조사하느냐. 사실상 금융실사는 물건너갔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도 대체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윤리위의 비관론은 우선 금융실사의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대통령긴급명령의 금융거래비밀보장조항(4조)에 의해 윤리위가 의원들의 금융자산자료를 금융기관에 요구하려면 지점을 상대로 해야한다. 이 경우 지점은 대략 2만5천개에 달하고 조사대상도 의원과 존비속을 포함, 1천5백53명이나 돼 물리적으로 자료요구와 처리가 불가능하다. 당초 윤리위는 금융기관의 본점에 의원들의 금융자산자료를 일괄해서 요구하겠다고 큰소리쳐 왔으나 재무부와 은행감독원이 『일괄요구는 위법』이라는 원칙을 고수,윤리위의 장담을 무력화시켰다.
이에따라 윤리위는 18일의 전체회의에서 국세청에 이자·배당소득의 원천징수자료를 요구,거래은행을 파악한뒤 이들 지점을 상대로 금융실사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역시 국세청이 기한내에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점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 이자·배당소득의 원천징수자료는 89년까지만 전산화돼 있어 국세청이 「자료요구후 20일이내」라는 의무시한을 지키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실사시한(12월7일)에 충실한 자료를 보내기도 간단치않은 상황이다. 또한 긴급명령때문에 국세청이 금융기관에 원천징수자료를 요구하지않기로 결정한 마당에 윤리위의 원천징수자료요구가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이다.
윤리위는 이런 한계를 고려,의원들의 거주지와 사무실 소재지의 금융기관 지점을 중심으로 실사를 하겠다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보완책은 정치인들의 넓은 활동범위와 정치자금의 은밀성을 고려하면 형식적인 조사에 머물수 밖에 없다.
아울러 금융실사대상을 선정한 기준에서도 윤리위는 자체적으로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예금등록을 한 경우와 하지않은 경우를 구분,조사대상을 구체적으로 분류해 1백50명만을 실사대상으로 정했다. 이 기준은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실사대상의 사전선별은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객관적이고 철저한 실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이 금융실사를 어렵게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정치권의 분위기와 윤리위의 역학구조가 금융실사의 한계성을 강요하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위원들이 윤리위의 활동이 끝난뒤 우리와 어울리지 않을것인가』라고 「초록은 동색」의 논리를 노골적으로 전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인출신의 위원들은 활동을 열심히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무역할을 하고있는 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대상이 선거를 거쳐 의사당에 온 의원들이라는 사실이 윤리위의 행보를 얼음판 위를 걷는 듯하게 보이게한다』고 말할 정도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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